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25353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불협화음
바게트의 노래
시급 5,210원
구자혁 빵집
어느 맑은 날
자기만의 노래
잉여 인간
머피의 법칙
꽃과 잡초
자유이용권
겨울 바다
벤치 타임
마들렌
잘 가, 양양수
99%의 바게트
다큐, 그곳
다시 하늘을 보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무나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각자가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었다. 서로 다르면서도 누구보다 비슷한 사람들. 나이도 다르고 불협화음 같은 소리를 내지만, 모두들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잘 구워진 바게트가 세상에 나올 때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저마다 부르는 자기만의 노래. 그 안에서 나는 입만 벙긋거렸다. 어느 부분에서 소리를 내야 할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반죽은 굉장히 민감해. 같은 재료를 동일한 비율로 섞었어도 조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거든. 날씨에 따라 다르고 누가 어떻게 만지는지 사람 손에 따라 다르고. 손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심지어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까지 다 읽는다니까. 반죽에 내 체온을 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소통을 해야 해, 소통을.”
반죽과의 소통이라…… 역시 외계어였다.
“특히 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바게트는 환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빵이야. 주변 요인을 그대로 흡수하고 표현하지. 어제 만든 바게트와 오늘 만든 바게트가 다르다면 믿겠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멀게 느껴졌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꽃과 같았다. 이제 막 봉오리가 맺힌 꽃. 정원사는 매일 꽃에 물을 주고 흙을 다듬어준다. 잘 자랄 수 있게 음악을 틀고 말을 걸어준다. 나는 바닥에서 꽃을 올려다보며 꽃들의 이파리에 가려진 조각난 햇빛만을 볼 수 있었다. 누구도 여기 있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꽃들 사이에 가려져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