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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투이 (지은이), 윤진 (옮긴이)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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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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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035864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19-11-29

책 소개

열 살 때 베트남을 떠나 퀘벡에 정착한 보트피플로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열며 국제적 작가로 부상한 킴 투이의 데뷔작. ‘총독문학상’ , 프랑스 ‘에르테엘-리르 대상’ 등 다수의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뉴 아카데미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목차



옮긴이의 말 ․ 루ru, 흘러내린 눈물과 피에 비치는 자장가

저자소개

킴 투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8년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보트 피플로 베트남을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신분으로 지내다 1979년 말 캐나다에 정착했다.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번역학,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통역사,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루 드 남(Ru de Nam)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베트남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루(ru)』는 출간되자마자 퀘벡과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캐나다의 권위 있는 ‘총독 문학상’과 프랑스의 ‘에르테엘-리르 대상’ 등 여러 국제적인 상을 받고, 『만(man)』, 『비(vi)』 등을 출간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 2018년에는 대안 노벨 문학상인 ‘뉴아카데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0년 『엠(em)』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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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파리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다. 옮긴 책으로 르죈의 『자서전의 규약』,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졸라의 『아소무아르』, 유르스나르의 『알렉시?은총의 일격』, 알베르 코엔의 『주군의 여인』, 뒤라스의 『태평양을 막는 제방』, 『물질적 삶』,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 『알 수 없는 발신자』, 미숑의 『사소한 삶』,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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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원숭이해가 시작되던 구정 대공세 동안에, 집 앞에 줄줄이 걸어놓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경기관총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울려 퍼지던 때에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온 날 사이공의 땅은 폭죽 잔해들로 붉게 물들었다. 버찌 꽃잎처럼 붉은빛이었고, 둘로 갈라진 베트남 도시와 마을에 흩뿌려진 200만 병사의 피처럼 붉은빛이었다.
나는 불꽃이 터지고 빛줄기가 화환처럼 펼쳐지고 로켓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환한 하늘의 그림자에서 태어났다. 나의 탄생은 사라진 다른 생명들을 대신하는 임무를 지녔고, 나의 삶은 어머니의 삶을 이어갈 의무를 지녔다.


우리가 탄 배의 배[腹] 속에는 천국과 지옥이 얽혀 있었다. 천국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고, 새로운 미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약속했다. 지옥은 우리 앞에 온갖 두려움을 펼쳐놓았다. 해적이 나타날까 봐, 굶주려 죽을까 봐, 엔진 오일이 배어든 딱딱한 빵을 먹고 병이 날까 봐, 물이 부족할까 봐,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게 될까 봐,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 다니는 붉은색 단지 안에 또 오줌을 누어야 할까 봐, 아이의 머리를 덮은 옴이 옮을까 봐, 다시는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없을까 봐, 희미한 불빛 아래 웅크린 200명 사이 어디엔가 앉아 있을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매일 밤 기울어진 바닥 위로 우리의 꿈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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