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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0301
· 쪽수 : 251쪽
· 출판일 : 2022-06-10
책 소개
목차
떠도는 음악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없어야 할 것이 있게 되는 불상사
우리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바깥의 높이
음표들의 도시
울퉁불퉁한 고통
구름
해설 | 사랑하는 이가 쓴다_김미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은 정오다. 오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오후만 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시간, 오후. 긴 설명 없이도, 그렇다고 짧은 설명이 필요한 것도 아닌 채로 그것을 이해한다. 꺾이는 시간, 내려가는 시간, 저무는 시간, 미지근한 시간, 반추의 시간. 매일매일이 더 나빠진다고 너는 말했다. 견디기 힘든 꿈만 계속된다고 말했다. 낙담이 평온하다고 말했다. 기다릴 때마다 오는 것들이 멈추고, 사실 기다림이란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데서 시작되는, 그만큼 미련하고 소모적인 것은 아닐까 너는 말했다. 지금은 좀 앉아 있고 싶다.
_「떠도는 음악들」
어머니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집 안을 정돈했다. 있을 것들이 있을 자리에 있었고 없어야 할 것들은 없었는데 모든 일에는 예외가 따르는 법이어서 없어야 할 것이 있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는 없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내게 배꼽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머니는 나를 잉태한 적 없고 나를 낳았다.
_「없어야 할 것이 있게 되는 불상사」
아무의 말을 읽는다. 읽고 또 읽는다. 거기에 어떤 해답이라도 있는 것처럼. 어떤 실마리라도 있는 것처럼. 나는 아무라는 캔버스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본다. 아무라는 캔버스에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는 나를 본다. 아무라는 행간에 오래,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꽃을 일으킬 수 없고 불꽃이 일지 않으니 아무를 내 안에 들이지도 못하는 나를 나는 바라만 본다. 나에게는 없고 아무의 엄마에게는 있는, 부싯돌.
_「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