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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7096491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7-17
책 소개
목차
1장. 불길한 방문객
2장. 파수꾼의 사연
3장. 괴이한 기록서
4장. 길 잃은 자들의 서점
후일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떠나시는군요. 강남국으로 가십니까?”
“나는 곧 소멸할 걸세.”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본래 마마신은 때가 되면 압록강을 건너 이 땅을 떠나고 시일이 지나 돌아온다. 그런데 소멸이라니. 그녀가 입에 올린 말에 서주는 놀란 기색이었다. 정작 각시손님은 느긋하게 제 처지를 다시 전했다.
“뭘 놀라는가? 잊힌 신의 운명인데.”
천연두는 분명 두려운 질병이었지만, 이젠 인류에게 정복당했다. 백신을 통해 종식되었고 몇몇 연구실에나 자료로 남았다. 이제 사람들은 마마신을 맞이하지도 배웅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이야기책에나 등장하는 잊힌 신이었다.
소멸이라면 일종의 죽음이다. 그런데도 각시손님은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초연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이미 운명을 받아들였거나 처음부터 거부할 생각이 없었거나.
서점을 떠난 각시손님이 빗속으로 사라지고서도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문 앞에 남아있었다. 그녀의 쓸쓸함이 남 일 같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마무리가 안타까워 그럴까. 연서는 씁쓸하게 말했다.
“도울 방법이 정말 없을까요?”
“더 끼어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난 당신이 휘말리지 않길 바라요.”
한때 강력했던 신이라도 퇴색되어 사라지게 만드는 힘. 순리는 이토록 절대적이었다. 그건 한쪽을 덜면 기우는 수평저울처럼 저항할 수 없는 인과였다. 다른 말로 이치, 또 다른 말로 운명. 거대한 힘을 지닌 신이라도 이 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순리를 거스르는 건 역류하는 물고기와 같다고. 떠밀려가거나 물살을 넘는다 해도 힘이 빠져 스러지고 말 것이라고. 서주는 항상 이렇게 설명해왔다. 신을 기만한 대가로 영원이란 고통에 얽매인 그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야, 김 서방.」
세상에 나와 처음 사귀었던 친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랑객은 여전히 남루했으나 전보단 나은 행색이었다. 다만 내리뜬 눈은 변함없이 냉담했다.
「내 당부를 잊었더군.」
목소리에 묻은 측은지심도 여전했다. 도깨비는 굳어있던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웃음 지었다.
「자네가 맞았어. 세상은 책과 다르고 난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놈이야.」
다만 친구를 다시 만나거든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책에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도깨비는 글자마다 마음을 눌러 담아 물었다.
「김 서방, 이것만 대답해줘……. 세상은 이야기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없나?」
방랑객은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다. 또한 담담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도 몰라. 아직 결말에 이르지 않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