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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32045177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6-03-23
책 소개
목차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블랑슈 저는 세상을 경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영 맞는 말이 아니겠고요. 제게 세상이란 그 안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일 뿐입니다. 아버지, 정말 그래요, 저는 그 소음과 번잡함을 생리적으로 견디지 못합니다. 제일가는 친구들과 있어도 마음이 기껍지 않아요. 길거리의 웅성거림에 벌써 정신이 얼떨떨하고요. 밤중에 깨면 두꺼운 커튼과 침대 휘장을 뚫고 들려오는 이 대도시의 끊임없는 소음, 새벽녘이나 돼야 좀 가라앉을 그 웅성거림에 싫어도 귀를 기울이고 지새우게 됩니다. 제 신경이 이런 시련을 겪지 않게 되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겠지요. 그래요! 아버지는 젊은 장교가 바다를 견뎌내지 못해 왕의 군함에서 복무하기를 단념하는 것을 비난하시겠습니까?
블랑슈 자매는 죽음을 무서워한 적이 한 번도 없나요?
콩스탕스 수녀 없다고 생각해요…… 아니, 어쩌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때에.
블랑슈 그 후에는요……
콩스탕스 수녀 어휴! 블랑슈 자매님! 인생이 이내 너무나 재미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죽음도 역시 그러리라 생각했지요……
블랑슈 그럼 지금은요?
콩스탕스 수녀 음, 지금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삶은 언제나처럼 재미있어 보여요. 나는 분부받은 것은 할 수 있는 한 잘해보려고 하는데 그런 하명 자체가 재미있어요…… 사실, 천주를 섬기는 일을 재미있게 받아들인다고 야단맞아야 할까요?…… 아이들이 매일같이 보여주듯 재미나게 하는 일은 온전히 진심으로 할 수 있지요…… 쉽지 않은 일도 기꺼운 맘으로 할 수 있는 것과 꼭 같이……
원장 〔……〕 나의 따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순박함에서 벗어나지 말기 바랍니다. 좋은 책들을 읽어보면, 천주께서 성인들을 시험하시는 것이 마치 대장장이가 쇳덩이의 강도를 가늠하려고 그것을 내려치는 것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죽 다루는 이는 사슴 가죽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아보려고 손바닥으로 당겨보기도 하죠. 〔……〕 무엇보다 당신 자신을 절대로 경멸하지 마시오! 우리 안에 계신 천주를 거역하지 않으면서 자기를 경멸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성인들의 어떤 말씀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경멸하면 곧장 절망으로 미끄러져 들게 될 겁니다. 이 말들, 지금은 알기 어렵더라도 잘 간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