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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88932431314
· 쪽수 : 952쪽
· 출판일 : 2012-12-05
책 소개
목차
22 서기 1900년경의 빈 - 처녀 시절의 알마(1901~1903)
23 교향곡 제5번
24 “당신은 아무것도 잃은 게 없잖아” - 신앙과 세계관
25 교향곡 제6번
26 오페라 개혁 - 젊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 작품의 과정(1903~1905)
27 교향곡 제7번
28 행정가 말러 - 동시대인들 - 위기의 징후(1905~1907)
29 교향곡 제8번
30 공포의 해(1907)
31 대지의 노래
32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뉴욕 시절(1908~1911)
33 교향곡 9번
34 위기와 정점: 1910년
35 교향곡 제10번의 단편
36 “내 심장은 지쳐 버렸다” - 송별
37 말러와 후세의 말러 수용
38 말러 해석과 음반들에 대한 논평
말러 연보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약어표
지은이 주
옮긴이의 말
작품 목록 및 작품 찾아보기
인명 찾아보기
책속에서
말러는 교향곡 제3번의 대부분을 슈타인바흐의 오두막에서 썼는데, 이 작품은 자연에서 가져온 소재들을 채용했기 때문에 아터제 호반 및 횔렌게비어게 산지와 대단히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다. 당시 말러는 이제 막 3번 교향곡의 거대한 1악장을 작곡하고 있던 참이었다. 브루노 발터는 이렇게 썼다. “그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내 시선이 횔렌게비어게에 가 닿았다. 그때 말러가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그렇게 자세히 볼 필요가 전혀 없어요. 내가 이미 몽땅 남김없이 작곡해 버렸으니까’”
대부분의 관현악단 연주자들은 (많은 성악가들도 그랬지만) 말러 앞에서 벌벌 떨었고 위협을 느꼈다. 연주자가 잘못 연주하고 성악가가 잘못 노래하거나 자기가 끼어 들어와야 할 지점에서 정확히 들어오지 못하면, 말러는 지휘봉을 레이피어 검처럼 죄인에게 겨누며 그쪽으로 목을 쑥 내밀었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 눈초리를 한 채 당사자 쪽으로 고개를 고정시키고서 몇 초 동안 이 자세로 굳은 듯이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휘봉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는 계속 지휘를 해나갔다. 가수들의 노래에 음악적으로 동의할 수 없으면, 지휘대 위에서 이내 부산한 손짓, 발짓이 시작되었다. 어깨를 잔뜩 위로 움츠렸다가, 그게 뭐냐고 묻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때는 체념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고, 박자 젓는 모양도 지친 듯 축축 늘어졌다. 이것은 그 가수에게 ‘당신이 선택한 이 템포는 음악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끔찍한 재앙이지만, 그렇다고 공연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가 지금 양보해 주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기 위한 몸짓이었다. 그런 일을 저지른 ‘범죄자’는 그 막이 끝난 다음이나 공연이 완전히 끝난 다음에 자신의 탈의실로 노발대발한 말러의 전언을 적은 쪽지를 전달받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했다.
프로이트는 말러와 만난 일을 언급할 경우에는 분명히 ‘분석’이라는 말을 썼다. 그러니까 정말로 뜻 깊은 만남, 빈과 뉴욕 음악계의 나폴레옹과 심리학의 괴테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아주 훗날 프로이트의 제자는 스승에게 이 만남에 대해 질문을 했고, 프로이트는 그에게 답장을 주었다. “나는 말러를 1912년에 레이던에서 오후 한나절 동안 분석했고, 그가 내게 보고한 이야기를 믿어도 좋다면 그 사람에 관한 아주 많은 것을 알아냈네. 나를 방문하는 것은 그에게는 꼭 필요한 일 같았지. 왜냐하면 당시 말러의 아내는 자신을 말러의 리비도가 외면하는 것에 반발했기 때문이네. 우리는 그의 삶과 그의 애정 조건들을 더없이 흥미롭게 두루 살펴보았고 특히 그에게 마리아 콤플렉스(모성 애착)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일은 내가 그 남자의 천재적인 이해력에 경탄하는 계기가 되었지. 그에게서 증상으로 드러난 강박 신경증의 외관에는 어떠한 빛도 비추지 않았네. 그건 마치 수수께끼 같은 건축물에 단 하나의 깊은 수직 갱도를 뚫는 것과도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