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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0849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08-09-25
책 소개
목차
이발의 어제와 오늘
마츠 이스라엘손의 이야기
알고 있는 일들
건강 관리법
재연
자원봉사 감시원
나무껍질
실용프랑스어
식욕
과일보호망
침묵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 그이가 걸렸을 수도 있는 어떤 병보다는 나아. 어떤 병보다는 못하지만, 어떤 병보다는 낫다고. 그이는 기억력을 잃어 가겠지만, 항상 그 자신으로 거기에, 그 속에,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제2의 유년기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의> 유년기가 될 것이다, 안 그런가? 난 그렇게 생각했다. 설사 상태가 나빠져서 그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나는 언제나 그이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 본문 233~234쪽, '식욕' 중에서
그 외에 난 무엇을 아는가? 나는 생각해 봤다. 우리 부모님이 이제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이제까지 하지 않았다는 그런 상정을 왜 하는가? 두 분은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줄곧 같은 침대를 썼다. 그 나이의 섹스에 대해 내가 무얼 아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남는다. 예컨대 어머니가 65세에 섹스를 포기했는데, 15년 뒤 아버지가 어머니가 그만뒀을 당시의 어머니 나이의 어떤 여자와 놀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과, 결혼하고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아버지와 섹스를 즐기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몰래 약간의 외도를 즐기고 있는 경우, 어느 쪽이 어머니에게 더 나쁠까?
그러고 나서 사실 그게 섹스 문제가 아니라면 어찌되는가, 나는 생각해 봤다. 아버지가 <아니다, 아들아, 그건 전혀 육체적인 게 아니다. 내가 사랑에 빠진 것뿐이다>라고 말했다면, 나는 덜 메스꺼웠을 것인가? - 본문 261쪽, '과일 보호망' 중에서
바그너는 우리가 인생을 완전하게 즐긴다면 예술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생각에 바그너는 순서를 바꿔 말한 듯하다. 물론 예술가에게 많은 노이로제 증세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서, 예술가인 내가 어떻게 그것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분명히 나는 노이로제에 걸려서 불행할 때가 많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예술가가 됐다기보다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런 일이 생겼다. 높고 높은 이상을 겨누다가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데, 어떻게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가? - 본문 286쪽, '침묵' 중에서
그리고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지난 23년 가운데 어느 때라도 자신이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달려갔을 그 남자,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위치를 잃고라도 찾았을 그 남자, 그와 함께라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줄행랑 쳤을 그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고, 과거에도 결코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가 존경한, 좋은 아버지이자 부양자였던 남편 악셀이 훨씬 더 그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안데르스 보덴에게 느꼈던 감정이 사랑의 척도라면,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랑을 받을 만한 남자는 사랑하지 않고, 그럴 자격이 없는 남자를 사랑하는 양분된 인생, 이것이 그녀 인생의 처량함이었다. 그녀가 자기 인생의 대들보로 생각했던 것, 자신의 그림자나 물속에 비친 영상처럼 믿을 수 있던 끊임없는 가능성의 반려자가 정말로 하나의 그림자, 하나의 영상에 불과했다니. 실체 없는 허상이었다니. - 본문 69쪽, '마츠 이스라엘손의 이야기' 중에서
그는 그 매춘부를 상대로 허풍 떨었던 자신의 꼬락서니를 경멸했다. 당신은 찾아온 목적을 아직 원하세요? 오 예스, 그는 찾아온 목적을 아직 원했으나, 아마도 그녀가 알 수 있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었을 것이다. 그와 뱁스는 그것을, 몇 년이더라, 5~6년 동안 안 하지 않았는가? 작년에는, 아니면 최근 2년은 샴페인조차 거의 마시지 못했다. 그가 항상 놀려대던 예의 엄마 같은 잠옷을 그녀가 입고, 함께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 불을 끄고,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는 좋았다. 과거에는 실력이 어땠었는지 말이다. - 본문 118쪽, '건강 관리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