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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2562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6-03-15
책 소개
목차
위대한 개츠비
역자 해설: <개츠비>처럼 살고 <닉>처럼 쓰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연보
책속에서
개츠비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의 성격이란 것이 성공적인 제스처의 연속이라면, 그에게는 뭔가 멋진 게 있었다. 마치 만 5천 킬로미터 밖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측하는 저 정교한 지진계에 연결된 것처럼, 그의 내면에는 인생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고도의 감수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의 이런 감수성은 <창조적인 기질>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저 구태의연한 감수성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비상한 재능, 일찍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던,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 낭만적인 감수성이었다. 그래, 결국 개츠비가 옳았다. 내가 사람들의 쓰라린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잠시마나 흥미를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개츠비를 삼켜 버린 것들,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세면대에서 시계가 똑딱거리고 바닥에 어지러이 널린 옷을 달빛이 촉촉이 적실 때면, 실을 잣듯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몰려드는 졸음이 생생한 장면을 망각으로 에워쌀 때까지, 그는 매일 밤 상상에 무늬를 늘려 나갔다.
「그들은 썩어빠진 족속이에요.」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족속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요.」
그 말을 해서 나는 지금도 기쁘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그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중에는 그 뜻을 이해한 듯 얼굴 가득 밝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가 그에 대한 비밀을 줄곧 간직해 왔다는 듯이. 그의 화려한 분홍색 정장이 하얀 계단을 배경으로 밝은 점이 되었을 때, 석 달 전 처음으로 그의 고풍스러운 저택에 왔던 날 밤이 떠올랐다. 잔디밭과 차도는 그의 부패한 과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얼굴로 붐볐었다…… 그리고 그는 저 계단에 서서 자신의 순결한 꿈을 감춘 채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