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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고전 > 우리나라 옛글 > 시가
· ISBN : 9788934955436
· 쪽수 : 732쪽
책 소개
목차
상권
다시 책머리에
정신세계사판 서문
태학사판 서문
1부 신라·고려
나그네 시름 / 혜초대사
가을밤 빗소리를 들으며 / 최치원
접시꽃 / 최치원
가야산 / 최치원
옛 친구를 그리며 / 최광유
멧새 소리를 들으며 / 최승로
한송정 / 장연우
촛불 삼아 달 밝혀 놓고 / 최충
사주 구산사 / 박인량
청평거사에게 / 곽여
……
2부 조선 전기
경포대 / 황희
게으름 / 이첨
봄날 / 권근
금강산 / 권근
김거사 은거처를 찾아 / 정도전
금강루에서 / 정도전
병든 소나무 / 이직
삼월 / 정이오
산에 사는 맛 / 유방선
소와정에서 / 유의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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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
1부 조선 중기
임란 후 고향에 돌아와서 / 장현광
이 강산 예 있다기 / 차천로
하늘에 쓰는 글씨 / 유몽인
빗 / 유몽인
밤에 홀로 앉아 / 이항복
길을 가며 / 이수광
시정도 물드는 가을 / 성여학
금강 / 김상용
중국 가는 길에서 / 이정귀
임은 안 오고 / 이정귀
……
2부 조선 후기
인왕산 기슭에서 / 임인영
금강산도 식후경 / 홍세태
늙은 말 / 홍세태
산에 살며 / 박상립
연정에서 / 손덕승
새벽 교외에서 / 고시언
늙은 소 / 정내교
방조제 / 이익
흰 구름을 좇아 / 신유한
쌍제비 / 김이만
……
3부 여류
어이할꺼나 이 젊음을 / 설요
대관령을 넘으며 / 신사임당
소양곡을 보내며 / 황진이
상사몽 / 황진이
박연폭포 / 황진이
봄 시름1 / 이매창
봄 시름2 / 이매창
배를 띄워 / 이매창
자식을 울다 / 허난설헌
오라버니를 떠나보내며 / 허난설헌
……
부록- 한시의 평측률
우리말의 고저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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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멧새 소리를 들으며
-최승로
맡이 있다손 뉘 씨를 뿌리며
술이 어디 있어 술을 들라니?
산새들 무슨 회포나 있어
“뻐꾹 뻐꾹…….”
“제호로 제호로…….”
봄이면 저리 공연히
제 이름을 불러 우는고?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自呼
<偶吟>
밭이 있다손 치더라도 일손이 어디 있어 씨를 뿌리며, 아무리 울적해도 술 한 잔 없는 터에, 산새들은 무슨 심사로 ‘씨를 뿌리라’느니, ‘술을 들라’느니, 공연히 사람 약 올리듯 속상케 하고 있는고? 멧새와의 대화요 독백이다. 만사 여의치 못한 궁춘의 아쉬움 속에서도, 새소리에 이끌리어 맹동하는 한 가닥 봄마음의 꿈틀거림이, 짓궂은 듯 곰살궂은 해학 속에 은근히 엿보인다.
-상권 71p, <멧새 소리를 들으며> 중에서
산에 살며
-이인로
봄이 가고야
꽃은 제 철인 양
갠 날에도
어둑한 골짜기
두견새
한낮에 우니
진정 알괘라
내 사는 곳 깊은 줄을-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山居>
봄도 지각하는 후미진 곳, 산 높고 숲 짙어, 갠 날에도 그늘지는 어둑한 골짜기, 대낮에 울어 쌓는 두견새 소리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살고 있는 곳이 무던히도 깊은 두메산골임을 사무치게 느꺼워하고 있는 작자이다.
그러면서도 이 시의 표면상의 표정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어, 그저 대범스럽고 덤덤할 뿐이다. 그러나 보라. ‘深’의 여운에는 ‘골의 깊이’만큼이나 무슨 사연, 무슨 곡절, 무슨 한 같은 것이 함께 깊어져 있는 듯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가? 그것은 작자의 가슴속에 항시 그늘져 있는 우수(憂愁)를 잠들지 못하게 일깨우는, 저 밤을 이어 우는 한낮의 두견새 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촉나라에 돌아가지 못함이 철천의 한이 되어 귀촉도를 되뇐다는 원한의 새 두견이의, 그 슬픈 전설이며 청승맞은 가락 때문이리라.
- 상권 133p, <산에 살며> 중에서
원숭이
-나식
늙은 원숭이
무리를 잃고
저문 날 외로운
뗏목 위에
고개도 안 돌리고
오똑이 앉아
일천 산 산울림에
귀를 재는고!
老猿失其群 落日孤査上
兀坐首不回 想聽千峯響
<題?猿: 長吟亭集 張5>
동류에서 격리된 한 가엾은 늙은 원숭이가, 해도 저문 외진 강굽이를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뗏목 위에 오똑이 앉아, 고개도 옴쭉 않은 채, 깊은 사념에 잠겨 있다.
이제는 이미 멀어진 청산 시절을 회상하고 있음인가? 만학천봉에 메아리져 오는 산울림. 허허로이 봉만(峰巒)을 주름잡아 끝없이 번져 가는 시원의 태허성(太虛聲)에서, 야생의 고장, 청산에의 향수에 젖어 있음이리라.
이는 원숭이를 그린 그림의 화제이나, 실은 늙은 원숭이에 우의한 작자 자신의 자화상이다. 가족은 물론 친지ㆍ동지들에게 격리되어, 함거에 실려 온 유배지, 사고무친(四顧無親)한 역외 절지(域外絶地)에 위리안치되어 있는 자신이야말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이 운명의 뗏목을 탄 늙은 원숭이와 다를 것이 없다. 유형, 유배의 ‘流’와, ‘孤査’의 ‘떠내려감’이 은연중 상응하고 있음을 본다.
-상권 503p, <원숭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