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5679171
· 쪽수 : 664쪽
· 출판일 : 2026-03-01
책 소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백범 김구라는 이름과 그의 명언 몇 마디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한길사는 백범 김구 선생 탄신 150주년과 2026년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백범을 기념해 장편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를 펴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백범 김구의 일생을 다룬 이 작품은 언론인 출신 소설가 임순만이 10여 년에 걸친 구상과 자료 조사, 집필 끝에 완성한 역작이다.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쌓아올린 이 소설은 백범의 생애를 실록처럼 따라간다. 상놈으로 태어난 고통과 실패, 과거시험의 낙방과 치하포 사건, 동학 활동과 망명, 남의 땅에서 벌인 광복의 염원, 이봉창·윤봉길 의거로 이어지는 임시정부의 분투, 해방 이후의 혼란과 분단의 갈림길, 그리고 경교장에서 맞은 안타까운 죽음까지 인간 김구가 온몸으로 겪은 날들이 밀도 있게 펼쳐진다. 임순만 작가는 허구의 인물을 내세워 극적 효과를 더하는 손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격동의 근현대사를 통과한 한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촘촘히 복원한다.
모두가 알 듯, 이 소설에 ‘해피 엔딩’은 없다. 오히려 패배와 고립, 좌절의 순간까지 정면으로 응시한다. 백범은 분단을 막지 못했고, 해방 정국의 정치적 주도권을 쥐지 못했으며, 결국 암살로 생을 마친다. 하지만 일생이 투쟁이었던 그가 우리에게 되묻는다.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백범 강산에 눕다』는 한 인물의 전기소설을 넘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질문이 된다.
24개의 물줄기, 하나의 큰 강이 되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전통적인 전기소설과는 다르다. 이 작품은 총 2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은 독립된 단편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분절된 장면들은 흩어지지 않고 백범 김구의 삶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수렴된다. 작가는 그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배열하는 대신, 시간의 순서를 넘나들며 ‘생존-희생-감당-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의 구조 속에 배치한다. 사건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구성은 영웅의 업적을 나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틀이다.
이 작품에 가공의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은 사료와 기록에 근거한다. 그러나 작가는 기록을 설명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축약된 서술과 절제된 문장은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건은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되지 않고, 선택의 무게로 제시된다. 그 결과 독자는 ‘위대한 인물’을 바라보는 위치에 서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장면 앞에 함께 놓인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백범을 우상으로 숭배하지 않고, 책임을 감당한 인간으로 다시 세운다. 이것이 이 소설이 취하는 가장 분명한 태도다.
특히 이 소설은 백범의 삶을 ‘성공의 역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분단을 막지 못한 정치가, 해방정국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 지도자, 끝내 암살로 생을 마친 인물이라는 결말까지 숨기지 않고 끌어안는다. 그러나 작가는 패배를 변명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할 걸 알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백범의 단호한 역사관을 드러내준다.
“내가 북한에 가서 실패하면 실패한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런 시도가 거듭되면 누군가는 그 실패를 넘어설 것이다.”
남북회담을 앞두고 백범이 남긴 이 말에는 역사와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인의 자세가 담겨 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승패를 넘어, 역사의 격동 속에서 꺾이지 않은 한 인간의 태산부동(泰山不動)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 소설에서 이만큼 주인공의 성격이 강력하게 살아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왜 지금, 백범인가
『백범 강산에 눕다』는 ‘위인의 복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소설이 그려내는 백범 김구의 삶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해방 이후의 혼란과 분열, 이념의 갈등과 권력의 다툼은 먼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상황만 조금 바꾸면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가 신뢰를 잃고, 공동체의 방향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어떠한 기준을 세우고 선택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거창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인간이 끝까지 붙들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에 주목한다.
언론인으로 오랜 세월 한국 사회의 명과 암을 지켜본 임순만 작가는 10여 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집필 끝에 백범을 역사 속에서 끌어내 오늘의 세계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묻는다.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지도자의 용기란 무엇인지, 실패를 알면서도 기록을 남기려고 했던 그 태도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우리는 빠르게 편을 가르고,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는 믿고 싶은 주장만 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이나 성공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앞설수록 윤리의 기준은 뒤로 밀려나기 쉽다. 이런 현실 앞에서 백범 김구가 일생을 통해 보여주는 태도는 더욱 선명하다. 그는 유리한 편에 서기보다는 스스로 세운 기준에 맞게 선택했고, 성공의 가능성보다는 역사에 남을 책임의 무게를 먼저 생각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우리에게 다시금 묻는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김구의 삶
김구(金九, 1876~1949)
황해도 해주에서 김순영과 곽낙원의 7대 독자로 태어났다. 아명은 창암. 18세에 동학에 입문하며 이름을 창수로 바꿨다. 도피 시절 마곡사에서 법명 원종으로 생활했으며, 환속 후 서대문감옥에서 이름은 구로, 호는 백범(白凡)으로 정했다.
1896년 3월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에서 일본도로 무장을 하고 변복을 한 채 조선인 행세를 하던 쓰치다를 처단하여 국모의 원한을 푸는 첫 거사를 결행했다. 그해 인천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국왕이 재가하지 않아 사형을 면했다. 1911년 1월 안명근 사건의 관련자로 체포되어 17년형을 선고받았다. 1914년 가출옥해 농촌 부흥운동에 주력하다 1919년 3·1운동 직후 상해로 망명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경무국장을 지낸 그는 1926년 12월 국무령에 취임했고, 1932년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주도해 크게 이름을 떨쳤다. 1940년 중경에서 한국광복군을 조직했고, 주석으로 선출됐다. 남한만의 선거에 의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그는 1948년 4월 19일 평양으로 가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의 남북협상 4자회담을 가졌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단독 정권이 세워지자 재야에서 민족 통일운동을 전개하다가 1949년 6월 26일 육군 소위 안두희에게 암살당했다.
목차
1 내 목숨을 드리다 9
2 그대의 목숨을 받다 35
3 물소리 65
4 굶주린 자는 먹인다 93
5 새야 새야 파랑새야 121
6 남도방랑 149
7 서대문감옥 179
8 상해 뒷골목 209
9 문지기는 집을 지킨다 235
10 밤에 쓰다 265
11 김구 암살작전 289
12 지켜낸 사람들 313
13 남의 땅, 남의 하늘 아래 341
14 대가족 367
15 정직한 거부 393
16 길 위의 젊은이들 415
17 빛의 방향으로 441
18 고향 개도 만나면 반갑다 467
19 비밀문서 489
20 갈라지는 땅에서 509
21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537
22 겨레의 약속 563
23 비원(悲願) 591
24 강산에 눕다 617
주 643
참고문헌 651
역사의 별이 된 사람들│작가의 말 657
저자소개
책속에서

몽골군이 충주를 침략하자 다인철소 사람들은 철광석, 제련한 철, 무기, 제철시설 등을 몽골군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치단결해 싸웠다. 지도자도 없었고, 칼과 창마저 떨어지자 철소의 하층민들은 호미와 낫을 들고 싸웠다.
저항의 역사는 피에 스며든다. 동학 농민들 또한 호미와 낫을 들고 일어났고, 대나무를 잘라 죽창을 만들며 제 목숨을 걸기로 맹세한 것이다.
(4장 「굶주린 자는 먹인다」에서)
고산지대의 하늘은 수시로 색이 바뀌었다. 청록색이었다가 물색이었고, 푸르다가 잿빛이었다. 바람엔 묘한 기운이 실려 있고, 머리 위로는 안개가 흘러갔다. 골짜기에 들어서면 풀과 나무들이 바람에 쓸리는 메아리가 일어났고, 골짜기를 벗어나면 하늘과 땅이 위잉 이윙 하며 호흡을 주고받는 소리를 들려줬다. 둘은 조선의 마지막 능선을 따라 걷다가 이내 혼강(渾江, 훈강)이 흐르는 협곡에 다다랐다. 강물은 잔잔했지만, 그 깊이는 짐작할 수 없었다. 먹물을 푼 듯한 회청색 물이 소리를 삼키고 흘렀다.
(5장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