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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8968
· 쪽수 : 452쪽
· 출판일 : 2023-01-05
책 소개
목차
제1장 앞에 나선 사람
제2장 깊은 뿌리들
제3장 동요
제4장 위협
제5장 배신
제6장 대결
제7장 난투
제8장 공덕비를 부숴라
제9장 모두 목포로
제10장 다시 목포로
제11장 결전
제12장 만석이의 눈물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전남 순천(順天)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 소작쟁의는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자 글자 그대로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널리 번졌고 그 기세도 거세갔다.
삼일운동 때 다 터뜨리지 못한 농민들의 울분이 소작쟁의로 다시 불이 붙고 있는 셈이었다. 아니, 삼일운동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새삼스럽게 자각하고 민중의 힘을 확인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존 문제로 투쟁목표를 구체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일행이 고개를 넘어섰다. 암태도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서가 지나자 덤불 밑이 훤해지면서 들판은 하룻볕이 다르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이 넓은 들판에 이렇게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는 이 많은 곡식이, 그 7, 8할이 지주 한 사람 몫이고, 몇천 명 소작인들은 겨우 그 나머지 2, 3할에다 목줄을 대고 늘어져 창자를 죄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연유한 것인지 모르는 이 엄청난 배리(背理)가 숨을 꺽꺽 막아왔다. 철 따라 비 내려주고 눈 내려주며, 더러는 우쾅캉 뇌성벽력을 울리기도 하는 하늘이 이런 엄청난 배리에는 무심하다 생각하면, 무슨 환희의 합창처럼 들판에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는 햇살도, 초상난 집에 남의 잔치의 노랫가락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서태석의 거쿨진 목소리는 팔백여 명 군중을 압도하고도 저 건너 산에까지 쩡쩡 울려갔다.
“우리 소작인들은 이번 싸움이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인 만큼 최후까지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더구나 소작인들의 요구는 천하에 어디다 내놔도 정당하며 그래서 천하의 대세는 지금 소작인들 편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기어코 이기고 말 것입니다. 우리 소작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지주와 동등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싸우고 있으며 또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