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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 ISBN : 9788936510176
· 쪽수 : 712쪽
책 소개
목차
1부 _ 갈대바다 저편
2부 _ 길갈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대체 ‘나’란 존재가 이 광대무변한 무량수의 우주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내가 지금 이 순간 사라진다면 내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또 그런 자들도 다 사라져 간다면 나란 존재는 과연 어디에 있었던 존재가 된단 말인가.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 모든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이 내려지지 않은 안타까움 속에서 방황하며 살아왔다. 아니 답을 발견하게 되면 방황을 즐길 수 없으니까 해답을 발견하지 않으려고 이 거리 저 거리로 피해 다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었다. 누가 해답을 가지고 다가오면 슬그머니 도망을 쳤다. 만현의 해답이나 외할머니의 해답도 내심으로는 늘 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원히 나를 방황케 하고 그 방황에 합당한 이유를 대어 줄 진리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진리로 믿고 싶었다.
성민은 채수의 마비 현상과 할머니의 중풍증세를 함께 떠올리며 이 시대가 마치 사지가 늘어진 중풍병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거의 신경질적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손발이 움직여 주지 않는 그런 상태 말이다. 학생들이 아우성을 치며 풍(風)이 든 부분을 깨우려고 하고 심지어 젊은 피를 뽑아 그 마비된 부분에 수혈을 해주고 피가 통하도록 온갖 짓을 다 해도 여전히 풍은 풍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그 풍든 부분을 성급히 잘라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머니가 풍든 자기 왼팔을 자르지 않고 불편한 대로 달고 다녀야 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