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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37404979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5-09-15
책 소개
목차
코인 7
감사의 말 191
책속에서
아침이면 나는 부드러운 칫솔과 좋아하는 카티에 치약으로 양치를 했다. 그런 다음 유성 세안제로 세안을 하고 수성 세안제로 또 씻은 다음 토너로 닦아 냈다. 모두 도자기 같고 순수하고 티 하나 없는 피부의 세계 수도인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들이었다. 달팽이 크림을 이천 년 넘게 바르면 투명해진 여자의 얼굴을 통해 뇌도 보일 거다. 뜨거운 레몬수 한 잔을 마시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셔 장을 비웠다. 이런 행동은 쉽고 기분이 좋아지며 어떤 노력이나 생각도 요구하지 않아, 어느 제국의 쇠망사 축약본을 훑어보는 경험과 비슷하다. 전부 내보내면 내부는 깨끗해진다.
수년간 이 가방을 가지고 다녔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뉴욕에서는 이목을 끌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여자가 나를 보았고, 심지어 어린 소녀들과 게이들도 시선을 보냈다. 특히 시내에서, 한 줄기 햇살 속에 뉴욕의 부유한 거리 매디슨의 모퉁이를 돌 때였다. 일종의 계시였음을 너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알다시피 나는 가방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폭력만이 목소리를 내는 장소에서 왔다. 그러다 별안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가진, 다른 사람이 연출하고 싶은 모습의 여자가 된 것이다.
솔직히 내가 본 가운데 가장 더러운 사람을 목격한 것은 뉴욕에서였다. 나는 제3세계에 가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그곳은 국가도 제3세계도 아닌 그 자체로 독특한 곳이다. 그리고 우리 집안 여자들은 청결함을 무척 중시하는데, 아마도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별로 없어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