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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7407383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05-12-16
책 소개
목차
노래하는 가시덤불
가방 속 하루살이
호랑나비돛배
어느 설야
조율
붉은 비명
계명성
저녁의 비(碑)
문주란
구름과 놀다
모기
소용돌이 춤
복사꽃, 벙어리
얼음수도원 3
그 남자가 오르던 키 큰나무
몸 바뀐 줄 모르는 흰 이빨들이
어린 신성
소
시바 히말라야
명궁
공일
퉁퉁 불은 젖
흑염소의 만트라
일억 년의 고독
언제 철들래?
구름패랭이
직박구리
인연
악양 시편 1
악양 시편 2
악양 시편 3
어떤 보초를 세워야 하나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날뛸 때
느티, 검은 구멍
무늬
달과 검
우인도
춤추는 달팽이
하늘 문
말뚝
합장
쇠방울 소리
호수
빈 마당에 꿈 일기를 적다
유목
나무
지나치고 싶은 풍경
옻나무
소파 위의 민들레
봉숭아 씨앗
꽃다운 첩 들여?
파장
어떤 인터뷰
가수는 새를 먹어야 노래를 잘 부르나?
수도원의 딱따구리
슬픔이 지축을 기울여
은밀한 기쁨
뒤로 걸어보렴
저자소개
책속에서
계명성 - 투계(鬪鷄)를 보다
활활 불타는 볏, 수탉들, 태양의 혼령들 같구나.
늦은 봄날 오후
마른천둥이 우르릉 우르릉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시골 공터, 임시로 설치한 조그만 원형경기장 쇠창살 속에서
황금빛 목털을 쥘부채처럼 활짝 펼친
수탉과
수탉이 맞장 뜨고 있었네.
적의의 뿔 없는 수탉들
무딘 톱날 같은 붉은 볏, 붉은 볏 앞세우고
맨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사나운 발톱과 부리로 팽팽해진 시간을 할퀼 때
호기심 어린 눈망울들 웃음과 박수로 응수했으나
뾰족한 부리에 쪼인 볏에서는 선혈이 맺히기 시작했지.
황홀한 충돌 뒤에
피 흘리는 태양의 혼령들.
이따금 치열한 싸움 멈추고 나른한 인류의 잠을 깨울 듯
긴 목 쑥 뽑아 계명성(鷄鳴聲)을 토해 내기도 했지만
오래 싸우다 지치면 쇠창살에 기대어 쉬기도 했지만
쉽사리 전의를 꺾지 않는
태양의 전사(戰士)들, 빠르고 날렵한 몸을
획획 솟구치며
허공을 핏빛으로 물들였네.
그렇게 핏대 올리며 피 터지도록 싸우다가도
한 놈이 대가리를 땅에 처박거나 슬그머니 꼬리를 보이고 돌아서면
적의도
증오도 없는 싸움은 싱겁게 끝나곤 했지.
지상의 마지막 태양의 축제라 부르고 싶은,
극채색의
짜릿한 영상 같은
닭싸움을 지켜보면서 나는
늦은 봄날의 권태와 나른함을 휘휘 날려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