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4171829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5-09-0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그리운 날씨 012
초저녁 015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018
목덜미 020
쌍둥이 자매의 토크 022
쓰레기통이 있는 풍경 024
2부
흙흙 노래방 028
가을 031
결혼 034
바람의 그림자 036
미술관 카페테리아 038
배터리 케이지 040
3부
혼 몸 원 044
문신 새기고 싶어 046
마음이 하는 온갖 짓 048
알라모아나 050
새에 대한 집요한 생각에 사로잡힌 새 052
태어난 침대와 죽는 침대 054
나 있던 곳 056
시각령과의 동거 059
망상의 세계가 구축되는 방식 062
전국, 연합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 연합 065
샴이었어 삶 068
고백적 진술 모임 071
우울의 머나먼 끝 074
4부
몽골까지 갔어 078
빛의 마음 080
모든 종류의 슬픔 082
Astral Projection review 086
오르간 오르간 오르간 089
The Hen’s Scream 092
5부
깜빡 깜짝 윤회중 096
비명 철사 매미 098
벤조다이아제핀 100
끝없는 앰뷸런스 102
순교하는 나무들 104
만화경 세라핌 트리오 107
혀 110
오션 뷰 112
살림 차릴까? 114
백만 명의 뼈 116
6부
princess abandoned 120
노숙할머니음악인과의 대화 123
해파리 하우스 126
뺨에 닿는 손바닥 128
태안 설위설경 장엄구 130
얼음 밑에서 춤을 추듯이 132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못하지만 134
7부
용접공과 조율사 138
하품과 기지개 사이의 우울증 140
더이상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 사람 142
납작한 세상은 부풀리면서 걸어야 해 144
흰 도살장 흰 가위 147
너에게서 깨끗해지는 법을 가르쳐줄래? 150
미술이 시각 중심에서
음악이 청각 중심에서
벗어나는 현상에 대해 152
마리나와 울라이 155
연인과의 타이틀매치 158
몸에서 나가는 연습 160
이제 우리집에 대해 말해줄게 162
8부
나는 늘 당신 심장을 바라보는 버릇 166
불면의 심포니 168
암컷 귀신 트라우마 170
까마귀 고기를 잡수셨나? 173
혼자 뒤돌아본 순간 176
저녁의 인형놀이 178
김혜순의 편지 181
Synchronized Sea Anemone —Translated by Mia You 18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게 나의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물도 없는데
물속에 있는 듯
내 코에서 돋아나온 문어 같은 조갯살 같은 코끼리의 간 같은
널찍한 혀 같은
나는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파충류도 아니야
너를 감은 내 손이 갓 땅을 박차고 올라온 새싹 같고
너에게 기댄 내 머리가 커다란 꽃잎 같고, 아니야
한 대야 커다란 닭벼슬 같고
네게 노래 불러주면 나는 성별이 달라져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자가생식의 성
너와 뒤척이면서 나는 인종이 달라져
레드 인종 블루 인종 핑크 인종
고음을 낼 땐 설치류의 얼굴이었다가
저음을 낼 땐 물에 사는 조류의 얼굴이었다가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내 몸에서 끝없이 돋아나는 천 개의 줄
물속인 듯 물 없는 공중에 일렁이는 기나긴 줄
이 줄로 아무것도 묶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매달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줄을 흔들고 싶어
나는 그냥 해삼 말미잘 문어 뱀장어 여자
내게서 솟아나는 수생식물을 내가 먹는 여자
_「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전문
『죽음 트릴로지』를 쓰고 나서 저는 저를 씻어줄 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저는 얼굴에 죽음이 드리운 험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아요.
시체가 산처럼 높이 쌓인 지나간 시대처럼요.
제가 먹을 것을 사러 나갔는데 경찰 지구대 앞에 앉아 있는 어떤 미친 노숙자 아줌마가 저를 향해 외쳤어요.
캄캄하다! 캄캄하다! 캄캄하다!
저는 정말 어두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들은 나를 직립하게 한 끈, 혹은 슬픔으로 팽팽한 철사였답니다.
(김혜순의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