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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48690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6-01-19
책 소개
『맨투맨』의 최재영이 그려 보이는 사악하고 다정한 인류의 초상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최재영의 세 번째 장편소설 『인류 2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최재영은 2024년 장편소설『맨투맨』에서 ‘팔리지 않는’ 창작자의 촌스러운 취향과 그에 덧대어진 세련된 가면의 역설을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와 이중적 서사 구조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강렬히 각인시킨 바 있다. 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프랑켄슈타인 아버지』(2025)는 자신의 ‘하자’를 보상받으려는 소년의 ‘아빠 찾기’ 여정을 통해 혈연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데뷔작 『빅파파』부터 『맨투맨』, 그리고 영화까지 다양한 서사 장르에서 비주류 삶의 면면을 그려 온 최재영의 작품 세계는 『인류 2호』에 이르러 더 유쾌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신인류의 일대기를 그린 『인류 2호』는 무명(無名)의 삶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인류 2호』는 이름 없는 존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을 천연덕스럽게 비추면서도, 그 사이사이 무던하고 다정한 사랑을 심어 둔다. ‘인류 2호’를 원숭이라 부르며 조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귀여운 우리 감자’라고 다정히 불러 주는 사람이 있다. 갓난아이를 내던지는 부모가 있는 반면 그 아기를 받아 소중하게 품는 어미 고릴라가 있다. ‘인류 2호’의 눈으로 본 호모 사피엔스는 동물보다 우월하기는커녕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특히 인간의 ‘사랑’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은 왜 상처받으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못할까? 어째서 늙고 병든 인간을 버리지 않고 돌볼까?
『인류 2호』는 인간이라는 종에게 질린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인간을 가장 잔인하게 해치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직시하면서도, 그러나 망가진 한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라는 희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실컷 웃어 보고 싶다면, 잃어버린 인류애를 충전하고 싶다면, 『인류 2호』의 여정에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 ‘신’인류가 보여 주는 인간의 조건
에티오피아 밀림의 한 동굴에서 조난당한 사육사에게 처음 발견된 ‘인류 2호’는, 경기도 외곽의 허름한 동물원인 정글북파크에서 인간과의 동거를 시작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인류 2호’의 생애 주기를 따라가는 이 소설은, 나이듦에 따라 점차 좁아지는 공간을 통해 착취에 기반한 인류의 삶까지 함께 조망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은 자신의 효용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만 인정받고, 인정받아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인류 2호’ 역시 인간의 문법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인류 2호’의 노력은 모두 실패한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를 구원하지도 못했고, 엄마와도 같은 정숙 씨의 치매를 낫게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끝에서 그는 처음의 동굴로 되돌아가고 그곳에서 조건도, 대가도 없는 돌봄을 받는다. 그것은 생명의 ‘가치’란 증명이나 인정 없이도 주어지는 것임을 보여 준다. 모든 것이 자본과 효율로 치환되는 시대에 점차 희미해져 가는 인류의 존엄을, 우리는 ‘인류 2호’와 함께 들어간 원시의 동굴에서 확인하게 된다.
■ 삶에 서툰 사람들의 돌봄과 사랑
『인류 2호』는 세상에 없는 신인류의 이야기인 동시에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년기의 ‘인류 2호’는 말을 할 때 노래를 부른다. 그의 말은 인간들에게 웃음거리로 소비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인류 2호’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오랜 기간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이상한 말만 늘어놓는 정숙 씨, 그녀에게 일생을 바친 말 없는 사육사, 말을 더듬는 언어학자 로빈,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상처 주는 말만 내뱉는 인류학자 제인, 말은 많지만 제대로 된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가 조작가. ‘인류 2호’의 친구들은 좀처럼 ‘정상적’인 발화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상하다’고 지탄받는 자신만의 언어를 버리지 않고, 그 결점과 함께 변화해 나간다. 그들이 변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최재영은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으로 ‘이상한’ 인물들을 사랑스럽게, 또 안쓰럽게 그려 낸다. 『인류 2호』는 다양한 인물들을 경유하여 우리에게 자기 자신의 서툴고 이상한 면을 조금 더 사랑해 주기를, 그리하여 타인의 이상함도 돌보아 주기를 넌지시 권한다.
목차
1 유년기 9
2 소년기 97
3 청년기 219
4 중년기 339
5 노년기 375
작품해설
어떻게 인류는 괴물이 되었는가― 안세진(문학평론가) 411
작가의 말 425
저자소개
책속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 첫 번째, 다른 종을 괴롭힌다. 두 번째, 같은 종도 괴롭힌다. 세 번째, 세 번째는 음…… 이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아무튼 확실한 건 나는 호모 사피엔스의 세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다. 아니 동물이라는 거다.
말하자면 나는 그들에게 신인류였던 것이다. 나의 발견에 전 세계가 뒤집혔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제일 먼저 하나의 일에 열광했다. 무슨 일이냐고? 내가 누군지 나의 근원에 대해 공부하고 탐구하는 일이었냐고? 천만에. 여기서 호모 사피엔스의 또 다른 ‘종특’이 나온다. 전 세계엔 대작명(大作名)의 시대가 펼쳐졌다. 즉 ‘호모 사피엔스’의 ‘사피엔스’처럼, 그들은 ‘호모’라는 학명 뒤에 따라올 나의 이름을 짓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나를 뭐라고 부를지 정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내가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말이다. 마치 이름을 지어야만 나를 알 수 있다는 것처럼.
사랑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원래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씨앗을 뚫고 툭, 발아하는 것일까. 아니며 애초에 씨앗조차 없는 무의 상태에서 마법처럼 뿅, 생겨나는 것일까. 툭일까 뿅일까. 툭이든 뿅이든 그 도화선은 무엇일까. 말도 안 되는 사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한 남자가 공중에서 떨어진 아기를 암컷 고릴라에게 건네는 일 같은 것. 그리고 그날 밤 그 일을 기록하며 ‘사랑’ 이라는 단어를 일기장에 꾹꾹 눌러쓰는 일 같은 것.
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