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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3746482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6-04-27
책 소개
근대 사회가 괴물과 타자를 사유하는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품
수많은 영화, 연극, 소설로 재탄생한 대중문화의 영원한 아이콘
수많은 영화, 연극, 소설로 재탄생하며 대중문화의 영원한 아이콘이 된 고딕 공포 소설의 영원한 고전 『드라큘라』(1897)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출간 이후 백 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드라큘라』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대중의 집단 무의식에 새겨 넣은 원형적 서사이자, 근대 사회가 괴물과 타자를 사유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스토커의 모친은 출간 당시 이 작품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만큼 유명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전해지는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드라큘라 신드롬은 그 예언마저 훌쩍 뛰어넘는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문학적 재평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퀴어 이론, 탈식민주의 비평, 젠더 연구 등 다양한 비평적 시각이 이 작품에서 풍부한 논의를 길어 올리고 있다. 『드라큘라』는 고정된 의미의 고전이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공포와 질문을 불러오는 열린 텍스트로 오늘도 거듭 읽히고 있다.
뱀파이어 전승을 집대성한 작가 브램 스토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브램 스토커는 어린 시절 원인 모를 병으로 일곱 살까지 걷지 못했지만 이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 시절부터 연극 평론가로 활동하며 당대 최고의 배우 헨리 어빙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1878년 런던으로 이주해 라이시움 극장의 지배인으로 20년 이상 일하면서 상류층과 예술가들을 폭넓게 접하는 한편, 작가로서 꾸준히 글을 썼다. 특히 동유럽 흡혈귀 전설에 깊이 매료되어 헝가리 민속학자 밤베리 교수와 교류하고,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잉글랜드 북동부 항구 도시 휘트비를 답사하는 등 7년에 걸친 연구 끝에 『드라큘라』를 완성했다.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이자 잔혹한 처형으로 악명 높았던 역사적 실존 인물 블라드 3세—스스로를 ‘용의 아들’, 드라큘라라 칭했던—와 동유럽 흡혈귀 전설을 결합해, 스토커는 이후 모든 뱀파이어 신화의 원형이 될 인물을 창조했다.
19세기 말 런던, 고대의 악이 깨어나다
19세기 말 영국,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는 업무차 루마니아 국경의 외딴 지역 트란실바니아의 고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이한 분위기의 드라큘라 백작. 하커는 곧 자신이 끔찍한 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백작은 수백 년을 살아온 불멸의 흡혈귀였으며, 이제 새로운 사냥터인 런던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드라큘라가 영국에 상륙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연이어 생겨나기 시작하고, 하커의 약혼녀 미나의 친구 루시는 정체 모를 병으로 생기를 잃어 간다. 미나와 조너선, 그리고 용감한 동료들은 마침내 흡혈귀 사냥 전문가인 반 헬싱 교수와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과학과 미신, 이성과 공포가 교차하는 치열한 대결 속에서 악의 화신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그러나 드라큘라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남은 지혜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춘 그는, 인간들의 추적을 한발 앞서 따돌리며 미나에게까지 마수를 뻗친다. 과연 인간들은 이 고대의 악을 물리치고 희생된 영혼들을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무의식, 성욕, 전염병, 적그리스도―빅토리아 시대의 불안이 응축된 괴물
『드라큘라』를 단순한 공포 소설로 읽는 것은 이 작품의 깊이를 절반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스토커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이 억압하고 봉인하려 했던 모든 불안을 이 작품 안에 압축했다. 빅토리아 시대는 어느 때보다 보수적 가치관이 지배하면서도 동시에 여성 참정권과 재산권 확대, ‘신여성’ 출현 등 근본적인 변혁의 요구가 거세지던 시기였다. 드라큘라의 흡혈은 성행위의 은유이자, 1860년대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성병 검사 법안이 통과될 만큼 당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성병의 전파를 상징하기도 한다. 초대한 자에게만 다가갈 수 있다는 그의 속성은 욕망을 부정하면서도 그것에 이끌리는 인간 무의식을 정확히 가리키며, 피를 빼앗긴 자가 결국 흡혈귀가 된다는 전승의 논리는 전염병이 퍼져 나가는 과정과 일치한다. 나아가 드라큘라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피를 나누어 준 것과 정반대로 타인의 피를 빨아 영생을 이어가는 적그리스도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공포를 형상화한 것이다.
루시와 미나라는 두 여성 인물을 통해 스토커는 빅토리아 시대의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복수의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루시는 드라큘라의 희생양이 되어 파멸하는 반면, 남편에게 헌신하며 탁월한 논리적 능력으로 일행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미나는 구원받는다. 스토커는 이 두 여성의 운명을 통해 신여성의 출현에 대한 불안과 처벌, 그리고 이상적 여성상을 둘러싼 근대적 통제의 구조를 날카롭게 그려 냈다.
일기, 편지, 신문 기사—근대적 기록의 형식으로 형상화한 공포
『드라큘라』는 형식 또한 내용만큼이나 혁신적이다. 조너선 하커의 일기에서 시작해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 신문 기사, 전보, 항해 일지, 축음기 녹음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문서들이 겹겹이 쌓이며 드라큘라라는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 구조는 탐정 소설의 긴박감과 증언 문학의 사실성을 동시에 구현하면서 공포를 실감 나게 전달한다. 각각의 서술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기록하고, 독자는 그 파편들을 조합하며 이야기의 전모를 스스로 재구성하게 된다. 편지와 타자기, 축음기 등 당대의 최신 정보 기술이 공포에 맞서 싸우는 무기로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나가 흩어진 기록을 수집하고 편집하고 분석하여 드라큘라의 행적을 추적하는 장면은, 이 소설이 단순한 괴물 사냥의 이야기가 아니라 근대적 지식과 기록의 실천이 공포에 맞서는 이야기라는 점도 보여준다. 21세기의 독자들은 『드라큘라』에서 감염과 면역의 서사, 그리고 제국 영국이 트란실바니아와 동유럽을 ‘타자’로 상상하고 전유하는 방식을 함께 읽게 된다. 이렇듯 『드라큘라』는 고정된 의미의 고전이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공포와 질문을 불러오는 열린 텍스트로 오늘날에도 거듭 읽히고 있다.
목차
2장 35
3장 58
4장 81
5장 105
6장 121
7장 146
8장 170
9장 197
10장 222
11장 248
12장 271
책속에서
“가야 해요? 젊은 신사분, 꼭 가야 해요?”
호텔 주인의 부인은 몹시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아는 독일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고, 게다가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다른 언어를 섞어 말했기 때문에 여러 번 질문을 하고야 나는 그녀의 말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중요한 사업상의 일로 곧 떠나야 한다고 하자 그녀는 내게 다시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5월 4일이 아니냐고 대답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물론 그래요! 나도 알고 있어요. 그건 나도 안다고요! 하지만 도대체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시냐고요?”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바로 성 조지 축일 전날이에요. 오늘 밤 시계가 12시를 칠 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악귀가 날뛰기 시작한다는 걸 모르세요? 선생님이 지금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알기나 하세요?”
문 안에는 긴 흰 콧수염을 제외하고는 말끔히 면도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에는 한 점의 핏기도 없는 키 큰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은으로 된 낡은 램프를 들고 있었는데, 그 램프에는 등피도 등갓도 없어 열린 문으로 바람이 들어오자 불꽃이 깜박거리면서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노인은 오른손으로 정중하게 들어오라는 몸짓을 하며, 훌륭한 영어지만 특이한 억양으로 말했다.
“내 집에 오신 걸 환영하오! 자유로이, 그리고 자발적으로 들어 오시오.”
백작은 날 맞이하러 나올 기색이 없었고, 마치 환영의 몸짓을 하다가 돌로 변하기라도 한 듯 동상처럼 서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문지방을 넘어서자 갑자기 앞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내가 움찔할 정도로 세게 내 손을 잡았다. 그때 그의 손은 산 사람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의 손처럼, 얼음장만큼이나 차가웠다.
성은 섬뜩할 정도로 높은 절벽 바로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창에서 돌을 던지면 1천 피트
정도는 아무것에도 부딪치지 않고 떨어질 것 같았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초록 나무 꼭대기들과 가끔씩 나무가 없어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이었다. 숲을 지나 깊은 계곡에서 굽이쳐 흐르는 강이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난 뒤 좀 더 성을 살펴보고 문이란 문은 모두 잠겨 있고 빗장이 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름다운 광경을 묘사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성안에 있는 창문을 제외하고는 여기서 나갈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성은 진짜 감옥이고 나는 포로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