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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야생 종려나무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64959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26-04-30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64959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26-04-30
책 소개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온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현대 문학을 뒤집은 위대한 실험가이자 미국 소설의 산증인 윌리엄 포크너
‘자신이 옳다고 느낀 방식’으로 운명에 뛰어든 두 남자의 슬픈 두 이야기
“비통함과 무(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
▶ 포크너는 강력하고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다. ─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미국 작가 중 가장 위대하다. ─ 알베르 카뮈
≡≡≡≡≡≡≡≡≡≡≡≡≡≡≡≡≡≡≡≡≡≡≡≡≡≡≡≡≡≡≡≡≡≡≡≡≡≡≡≡≡≡
■ 안락함 대신 ‘자유’를 택한 연인, 탈주 대신 ‘의무’를 택한 죄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택한 이들은 과연 실패자인가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온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시대도 계층도 상황도 전혀 다른 두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만난다. 이들은 ‘결국 패배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따른’ 결과 감옥에 갇힌다. 윌본은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을 선택하고, 키 큰 죄수는 선행 혹은 인간적인 의무를 선택한다. 이들의 선택은 삶의 실패인가. 존재를 건 행위인가.
「야생 종려나무」는 유부녀인 샬럿과 젊은 의사 인턴인 해리 윌본의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샬럿 남편의 마지못한 동의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경제적 궁핍과 실직, 희망 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시카고, 위스콘신주의 시골, 유타주의 탄광 등지를 떠돌다 미시시피 해안에 정착한다. 「노인」은 십 대 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 없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감옥 주변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하고,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키 큰 죄수는 임신한 여자를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표류의 여정을 함께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부제인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원래 포크너가 직접 선택했던 소설 제목이었다. 이 표현은 성경 구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으로, 유대인들이 낯선 땅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부른 애가(哀歌)의 일부이다. 포크너가 이 구절을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경 구절에 내포된 상실의 아픔과 유배의 고통,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은 「노인」과 「야생 종려나무」를 동시에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이자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심상이며, 따라서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두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상징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스웨덴 한림원은 윌리엄 포크너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강력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하다.’라는 평가는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자 그를 동시대 작가들과 구분 짓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의 예술적 독특함은 그가 시도한 대담한 언어적 실험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포크너가 집필한 작품 대부분은 의식의 흐름, 선형적 시간성으로부터의 탈피, 파격적이고 현란한 문장, 다중 화자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통적인 소설의 서사 형식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 「야생 종려나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의 추구
「야생 종려나무」에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의 상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자리한다. 샬럿과 윌본이 추구하는 사랑은 서로를 향한 성애의 감정인 동시에, 사회 질서의 경계선 바깥에서 이상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자유주의적 믿음에 기반한다. 이들은 오직 현재만이 지속되는 사랑을 꿈꾼다. 이들이 추구하는 개인성은 사회의 일반적인 시간 개념과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포크너 특유의 철학적이면서도 극도로 추상적인 만연체를 통해 설명된다. “내가 나-아닌-존재가 된 그 순간부터 차지했던 공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시간에 연결된 채 시간의 영향 아래 있었고, 그건 나-아닌-존재가 소멸할 때까지 계속될 거야.” 여기서 ‘나-아닌-존재’는 아직 온전한 주체가 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나’는 반대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주체를 의미한다. 나-아닌-존재가 시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나-아닌-존재의 대립항인 내가 존재하는 순간 시간은 정상적인 궤도에서 탈주해 결국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변한다.
그러나 샬럿과 윌본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은 당연하게도 실패로 귀결된다. 의도치 않은 샬럿의 임신은 가족과 미래를 위한 노동이라는 일반적인 시간 개념으로 윌본을 다시 끌어들이며, 낙태와 그로 인한 샬럿의 죽음은 미래도 과거도 없이 완벽하게 온전한 현재의 삶을 향한 이들의 열망이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음을 증언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생을 모두 건 꿈과 사랑이 샬럿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리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윌본은 끝까지 삶의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샬럿과의 사랑을 통해 그가 꿈꿨던 사회로부터의 완벽한 해방과 그에 따른 개인적인 자유의 완성은 비록 꺾이고 실패했지만, 윌본은 샬럿과의 사랑을 끝까지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이 연인으로서의 자신에게 남겨진 의무이자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마지막 문장은 윌본의 결심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비통함과 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391쪽)
■ 「노인」: 공동체를 위한 죄수의 노력
인간과 자연 간의 사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노인」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사실주의적 자연주의 소설의 전통과 맞닿아 있지만, 단순히 자연의 거대한 힘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무력함을 그려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야생 종려나무」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핵심적인 주제는 자유에 기반한 자기 실현이라는 개인의 소망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야생 종려나무」의 윌본과 샬럿이 사회 질서를 벗어나는 방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되찾으려는 인물들이라면, 「노인」의 키 큰 죄수는 반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내적 자유를 얻으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노인」의 서사 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시점과 발화 주체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죄수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홍수 이야기는 한편으로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을 그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죄수의 이야기와 실제로 그가 겪은 경험 사이에는 조금씩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죄수의 실제 경험과 죄수가 동료 죄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사이의 간극은 「노인」의 후반부를 지배하는 특징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원주민이 최선을 다해 도피하라고 알려 준 사실을 키 큰 죄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기억하고 있었고, 함께 악어 사냥을 하면서 형성된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신뢰 역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공통적으로 내적 해방의 추구와 실패, 그리고 이로 인한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윌본이 추구했던 사회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는 처절한 실패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그는 실패를 외면하는 대신 최대한 의연하게 견디는 것이 자기에게 남겨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키 큰 죄수 역시 내적 규율을 따라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선택해 행동했으며, 따라서 10년의 형량 가중과 이를 불쌍히 여기는 동료들의 시선은 그
에게 그저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홍수를 겪으면서 되찾은 삶의 의미는 외부의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그 누구의 인정도 받을 필요가 없는 그만의 훈장으로 남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느낀 방식’으로 운명에 뛰어든 두 남자의 슬픈 두 이야기
“비통함과 무(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
▶ 포크너는 강력하고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다. ─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미국 작가 중 가장 위대하다.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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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락함 대신 ‘자유’를 택한 연인, 탈주 대신 ‘의무’를 택한 죄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택한 이들은 과연 실패자인가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온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시대도 계층도 상황도 전혀 다른 두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만난다. 이들은 ‘결국 패배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따른’ 결과 감옥에 갇힌다. 윌본은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을 선택하고, 키 큰 죄수는 선행 혹은 인간적인 의무를 선택한다. 이들의 선택은 삶의 실패인가. 존재를 건 행위인가.
「야생 종려나무」는 유부녀인 샬럿과 젊은 의사 인턴인 해리 윌본의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샬럿 남편의 마지못한 동의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경제적 궁핍과 실직, 희망 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시카고, 위스콘신주의 시골, 유타주의 탄광 등지를 떠돌다 미시시피 해안에 정착한다. 「노인」은 십 대 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 없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감옥 주변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하고,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키 큰 죄수는 임신한 여자를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표류의 여정을 함께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부제인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원래 포크너가 직접 선택했던 소설 제목이었다. 이 표현은 성경 구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으로, 유대인들이 낯선 땅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부른 애가(哀歌)의 일부이다. 포크너가 이 구절을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경 구절에 내포된 상실의 아픔과 유배의 고통,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은 「노인」과 「야생 종려나무」를 동시에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이자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심상이며, 따라서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두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상징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스웨덴 한림원은 윌리엄 포크너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강력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하다.’라는 평가는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자 그를 동시대 작가들과 구분 짓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의 예술적 독특함은 그가 시도한 대담한 언어적 실험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포크너가 집필한 작품 대부분은 의식의 흐름, 선형적 시간성으로부터의 탈피, 파격적이고 현란한 문장, 다중 화자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통적인 소설의 서사 형식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 「야생 종려나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의 추구
「야생 종려나무」에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의 상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자리한다. 샬럿과 윌본이 추구하는 사랑은 서로를 향한 성애의 감정인 동시에, 사회 질서의 경계선 바깥에서 이상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자유주의적 믿음에 기반한다. 이들은 오직 현재만이 지속되는 사랑을 꿈꾼다. 이들이 추구하는 개인성은 사회의 일반적인 시간 개념과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포크너 특유의 철학적이면서도 극도로 추상적인 만연체를 통해 설명된다. “내가 나-아닌-존재가 된 그 순간부터 차지했던 공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시간에 연결된 채 시간의 영향 아래 있었고, 그건 나-아닌-존재가 소멸할 때까지 계속될 거야.” 여기서 ‘나-아닌-존재’는 아직 온전한 주체가 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나’는 반대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주체를 의미한다. 나-아닌-존재가 시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나-아닌-존재의 대립항인 내가 존재하는 순간 시간은 정상적인 궤도에서 탈주해 결국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변한다.
그러나 샬럿과 윌본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은 당연하게도 실패로 귀결된다. 의도치 않은 샬럿의 임신은 가족과 미래를 위한 노동이라는 일반적인 시간 개념으로 윌본을 다시 끌어들이며, 낙태와 그로 인한 샬럿의 죽음은 미래도 과거도 없이 완벽하게 온전한 현재의 삶을 향한 이들의 열망이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음을 증언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생을 모두 건 꿈과 사랑이 샬럿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리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윌본은 끝까지 삶의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샬럿과의 사랑을 통해 그가 꿈꿨던 사회로부터의 완벽한 해방과 그에 따른 개인적인 자유의 완성은 비록 꺾이고 실패했지만, 윌본은 샬럿과의 사랑을 끝까지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이 연인으로서의 자신에게 남겨진 의무이자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마지막 문장은 윌본의 결심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비통함과 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391쪽)
■ 「노인」: 공동체를 위한 죄수의 노력
인간과 자연 간의 사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노인」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사실주의적 자연주의 소설의 전통과 맞닿아 있지만, 단순히 자연의 거대한 힘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무력함을 그려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야생 종려나무」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핵심적인 주제는 자유에 기반한 자기 실현이라는 개인의 소망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야생 종려나무」의 윌본과 샬럿이 사회 질서를 벗어나는 방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되찾으려는 인물들이라면, 「노인」의 키 큰 죄수는 반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내적 자유를 얻으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노인」의 서사 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시점과 발화 주체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죄수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홍수 이야기는 한편으로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을 그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죄수의 이야기와 실제로 그가 겪은 경험 사이에는 조금씩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죄수의 실제 경험과 죄수가 동료 죄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사이의 간극은 「노인」의 후반부를 지배하는 특징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원주민이 최선을 다해 도피하라고 알려 준 사실을 키 큰 죄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기억하고 있었고, 함께 악어 사냥을 하면서 형성된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신뢰 역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공통적으로 내적 해방의 추구와 실패, 그리고 이로 인한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윌본이 추구했던 사회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는 처절한 실패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그는 실패를 외면하는 대신 최대한 의연하게 견디는 것이 자기에게 남겨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키 큰 죄수 역시 내적 규율을 따라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선택해 행동했으며, 따라서 10년의 형량 가중과 이를 불쌍히 여기는 동료들의 시선은 그
에게 그저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홍수를 겪으면서 되찾은 삶의 의미는 외부의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그 누구의 인정도 받을 필요가 없는 그만의 훈장으로 남게 된다.
목차
야생 종려나무 7
노인 31
야생 종려나무 41
노인 77
야생 종려나무 100
노인 174
야생 종려나무 214
노인 275
야생 종려나무 334
노인 392
편집자 주 411
작품 해설 415
작가 연보 430
책속에서
“물리적 움직임이 그를 베일에 가깝게 데려가는 바로 그 순간 베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가 만질 뻔했던 진실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고함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는 머리가 아닌 몸의 움직임을 통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듯 앞으로 나아갔다.”
“사랑과 고통은 같은 것이고 사랑의 가치는 그걸 위해 희생한 것들의 총합이라서, 사랑을 싼 값에 얻는 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말이야.”
“시끄럽고 바보스러운 새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모든 생물 중에서 어째서 인간만이 스스로 타고난 감각을 의도적으로 위축시키는지, 그것도 타인들을 희생해 가며 그렇게 하는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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