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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3364
· 쪽수 : 388쪽
책 소개
목차
오리엔테이션 9
워크숍 1 31
워크숍 2 63
워크숍 3 89
워크숍 4 117
워크숍 5 151
워크숍 6 175
워크숍 7 201
워크숍 8 235
워크숍 9 265
워크숍 10 287
워크숍 11 321
워크숍 48 351
작가의 말 381
추천의 글 38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실 고독사 워크숍에 흥미를 가질 법한 타깃층은 경제적, 육체적으로 절대적인 고독사 위험군인 70~80대 독거노인이 아닙니다.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은 채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 혹은 자기 부정의 상태에 있는 30~40대 남녀들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고독사라면 일찌감치 자신의 고독에 안부를 묻고 친밀해지는 연습을 하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대상인 거죠. 내 죽음이 누구에게도 슬픔이나 죄가 되지 않는, 얼룩 없는 클린한 고독사가 되도록 말입니다. 고독사의 심각성이나 사회적 연대 책임을 무시하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다꾸, 다이어리 꾸미기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좀 확대해서 고독사 예비군들끼리 각자의 고독사 크리에이터가 되어 저마다 고독의 시간 혹은 예고된 고독사 꾸미기를 같이 해 보자는 거죠.”
고독사 워크숍을 다이어리 꾸미기에 비유하다니. 고독사라는 걸 이렇게 가볍게 다루어도 되는가 싶었는데 어쩐지 그러자 오 대리 역시 자신에게도 분명하고 다행하게 예비된 고독사에 이르는 시간이 조금은 다정하게 느껴졌다.
“제게 코미디는 용서하는 장르입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신을 용서하고, 누군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며 바보같이 굴어도 관대하게 대하며 비난 대신 웃음을 보여 주는 유연하고 배부른 장르 말입니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에 손 내밀어 화해를 청하고 과거의 불행을 용서하는 일, 자신의 비극을 포용하는 일에 능한 사람들이 코미디언이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네, 저는 코미디언이란 용서하는 사람, 바보 같은 자신을 용서하고 잘못을 저지른 타인을 용서하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코미디는 반복의 장르입니다. 반복이 만들어 내는 웃음 때문에 저는 코미디를 사랑합니다. 코미디는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또다시 시도하고 또다시 시도하면서, 그 되풀이와 반복과 번복 속에서 웃음을 발명해 냅니다.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코미디 안에서 다시 시도한다는 건 우리가 과거에 실패했단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웃음을 발명해 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니까요.”
궁금한 것은 회고록에 나온 무언가 한 시간들이 아니라 회고록에 나와 있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7시 18분에 일어난 후 10시 23분이 되기까지, 4시 8분부터 4시 59분까지, 그리고 화요일 새벽 3시 14분에 깨어나 그는 무엇을 했을까. 양치질이나 체조, 옷을 갈아입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 따위의 일상적인 일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 기록되지 않은 빈틈의 시간들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다. 기록으로도 남지 않은 진짜 고독한, 그리하여 XXL 사이즈의 고독 같은 채워지지 않는 농담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