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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은이)
  |  
민음사
2011-07-01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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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책 정보

· 제목 : 철수 사용 설명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3745
· 쪽수 : 228쪽

책 소개

심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위원 다섯 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너무나 쉽게 당선이 결정된 2011년 제3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루저 문학의 최고 극단"이란 평과 함께, "루저를 다룬 새로운 작품이 더 이상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좋은 소설은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할 때 나온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작품이다.

목차

준비하기
사용하기 전에
제품 규격 및 사양

사용하기
취업 모드
학습 모드
연애 모드
가족 모드

관리하기
설치 방법
전원 공급
청소 방법

주의하기
주의 사항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기 전에
소비자 피해 보상 기준 안내
제품 보증서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전석순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전의자〉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로 《거의 모든 거짓말》, 중편소설로 《밤이 아홉이라도》, 소설집으로 《모피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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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누군가 좀 이상하다고 얘기할 때마다 철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버튼 하나를 덜 누르거나 더 눌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아니면 물에 넣으면 안 되는데 잘못해서 빠뜨렸거나 무언가를 장착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다른 걸 집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철수를 선택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씩 철수는 사람들이 망가진 제품을 만나길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결함이 있거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신은 상대적으로 정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안심할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잘못된 거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갓 구워 낸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니까.

모델에 따라 기능도 다르고 사용법도 모두 다르다. 사용법을 얼마나 잘 지켜서 썼느냐에 따라 사용 가능 기간도 달라진다. 그건 제품이나 만드는 회사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다. 원래의 기능을 잘 알고 사용 설명서대로만 쓴다면 굳이 바꾸거나 새로 사지 않아도 평생을 쓸 수 있다. 두고두고 오래 쓰려면 비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올바른 사용법부터 먼저 익혀야 한다. 싫증이 났다고 해도 그건 제품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사용자의 취향이 바뀐 탓이다.
철수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용도에 맞게 쓰지 않았거나 주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썼을 수도 있다. 부적합한 사용 환경에서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원인이 철수에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짧은 연애 기간도, 재능이 없다며 두어 달만 다니고 그만두었던 피아노 학원도, 알고 보니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애구나 하면서 끝났던 우정도, 모두 철수의 잘못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부주의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하고, 수리한다고 해도 유상 수리인 경우들 말이다.


지금까지 만난 그녀들은 철수를 반품할 때마다 사유를 한 가지씩 일러 주었다. 그중 절반 가까운 이유가 “너 변했어.”였다. 상품 평에 이런 내용이 올라오자 동의하는 댓글이 한 페이지가 넘었다. “밥솥인 줄 알았는데 일주일쯤 지나니까 냉장고였다.”는 글에 “냉장고인 줄 알았는데 식기세척기였어요.”라는 글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상품 평을 따라가다 보면 철수의 진짜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계속 따라갔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다들 철수를 뭘로 알고 있었던 걸까.
(……)
그런데 “넌 매일 똑같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쩜 하나도 변한 게 없니?”라는 반품 사유도 만만찮았다. “밥솥인 줄 알고 샀는데 진짜 밥솥이더라고요.”부터 시작해서 “이러다간 평생 밥솥일 것 같다.”는 글도 한 페이지쯤은 가볍게 넘겼다.


서른을 코앞에 둘 때쯤이면 모두 상품을 고르는 안목이 생긴다. 더는 디자인만 보고 물건을 고르지 않으며, 싸다고 무조건 사지도 않는다. 비싸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은품에 현혹되지도 않으며, 브랜드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상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도 드물어진다.
결혼 상대자를 물색할 때도 비슷할 것이다. 지금까지 상품을 구매했던 것은, 그러니까 연애를 했던 것은 단 한 번의 선택을 현명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그 최종 선택에 따라 지금까지의 구매가, 연애가, 한꺼번에 평가된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시된 물건의 품질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평생 그것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은 여러 겹이 된다. 하지만 선택은 조금 서둘러야 한다. 이 냉장고가 괜찮은지 아닌지 망설이는 사이에, 누군가 그것을 선택하고 바로 결제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차피 살 거라면 신중하게 결정하되,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품절 임박’이란 판매자의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지만 가끔은 진짜일 때도 있다.
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선택할 사람이 누구일까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다. 부지런히 청소도 하고,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하고, 주기적으로 품질 테스트도 받고, 그 모든 게 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씩 미심쩍어졌다. 철수가 선택을 할 수도, 아니 선택을 아예 받지 않고 살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심지어 구매한 것이 무슨 제품이었는지도 모르거나,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무리하게 사용할 사람이라면 구매자가 없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택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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