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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1451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03-12-10
책 소개
목차
제1부 땡감 맛
땡감 맛
닭서리
수상한 이월
어느 눈먼 봄날에
새끼붕어를 기록하다
가재를 잡으며
쑥부쟁이꽃
그믐밤의 잠
수박서리
달빛, 늦은 밤
보리타작
농민독본
순봉이네 술도가
어린 황제
돌구슬
아홉 살 먼 전설의 마을
황토마당의 집
봉두리 간다
먼 어린 날, 아버지
소년병
제2부 도라산역에서
참꽃
김종직
지금 그 숲은
휴틴의 시, '겨울편지'를 읽다
사택살이
이팝나무 꽃은 언제 피는가
그해 겨울, 광주에서의 일박
크라운산도
윤팔월 보름밤, 먼 고향
춘궁기에 엎디어
교사 박원식의 가을
여름 진부령
1996, 통금 후, 속초
도회 아침의 출근
망해사에서 처용가를
우리들이 부르는 노래는
도라산역에서
반짇고리
외할머니의 잠
삘기에 대한 명상
제3부 그 골짜기의 진달래(장시)
해설 / 서강목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황토마당의 집
겨우 몇 해의 산골 학교 선생을 끝내고
황토마당이 있는 집으로 내려왔다 읍내에서
멀지 않은 우리 집 골목 끝으로 빤히 보이는
초등학교는 이따금 풍금 소리를 풀어놓았고
까만 저고리의 젊은 여선생이 슬리퍼를 끌면서
지나가는 골마루도 있었다 스물다섯 내겐
독한 그리움이었다
토담 곁 황토쇅 화단, 시든 작은 풀꽃은
절망이었다 엷은 흙벽 하나로 뒷간과 붙은
골방에 낮 내 엎디어 채광창(採光窓)으로 기어드는
여린 햇살로 글씨를 썼다 신문지 덕지덕지
덧칠한 습기 찬 벽에다 산골에 두고 온
내 아이들의 이름을 멀리 달아나고 싶었던
처절한 역마살의 꿈도
결국 집을 떠났다 대둔산
온통 가시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바위 위
온통 직장 빚잔치 끝의 아버지 희망이었을
황토마당 집이 남의 손에 넘겨진 소식 듣던 날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울었다
부질없는 피곤을 힘겹게 끌고 들어선 저녁답
그렁그렁 쇤 목소리의 아버지 생각
그때 울음 위, 가시나무 이파리 위
바위 까만 이끼 위로 저문 산자락을 감싸며
내려앉던 풍금 소리
그리곤 다시 선생이 되었다
절망도 그리움일까 두 딸애들의 소리와
아내의 볼멘 잔소리와 쉰 나이의 짜증이
범벅이 된 도회 아파트의 일요일
늙은 아버지의 한숨까지 생생히 들리던
스물다섯 살 황토마당 낡은 초가 골방의
눈물겨운 한낮의 적막과 시든 토담 곁 작은 풀꽃
검은 저고리 여선생 하얀 손이 자꾸 쳐댔을
더욱 가깝던 풍금 소리를
끝내 산속 작은 황토집으로
오래 쉬러 가신 불쌍한 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