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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1758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08-02-19
책 소개
목차
제1주 세상 속으로 가다
산제비
언제나 멀리 있는
세상 속으로 가다
비에게 길을 묻다
시를 겁나게 잘 아는 친구 얘기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
거미의 꿈
고향의 달
천막과 알전구와 붉은 거미 떼와
겨울 국밥집에서
매향리 철조망에 기대서서
제2부 우리들의 밥
마당 회식
팽이
1998년 겨울, 영종도
그림자를 꽉 밟아 누르니
당진에서, 그해 겨울
낮눈
안개의 숲
출근길, 감 숭어리 하나
내가 보는 뜨거운 한세상
싸움 같은 것
베트남 노동자 문툰
제3부 물과 숲의 노래
오늘의 시간
겨울 숲
동백꽃
정도리 바닷가에서
학다리 들판에서
사포 강나루에서
비 내리는 숲
물까치
해설 - 고봉준
발표 지면
연보
편집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
차돌멩이는 부서지면서
산산이 깨져 나가면서 저렇게 눈부신데
행여 손끝 하나 바그라질까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는
이 한심한 영혼아
네가 자랑하는 순결은 이제는 너무도 낡았구나
네가 자랑하는 순결이란
부서지면서 꽝꽝 여물어질까
무너지면서 짱짱하게 말뚝이 박힐까
아니, 거침없이 통째로
산산이 부서져라
그렇게 부서지다 보면
그렇게 깨끗이 씻겨 나가다 보면
순결의 알통이란
구새 먹었어도 늘 푸른 저 팽나무 고목처럼
부시게 의연할까
봄볕 촉촉한 산그늘 제비꽃처럼
상크름한 향기 설핏 하늘거릴까
아니, 산산이 부서져라
부서지는 것 그대로
켜켜 샅샅이 수북한 먼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산산이 부서져라
배춧속도 양파들도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옹골차게 시허연 속을 내미는데
행여 터럭 하나 다칠가 재고 쭈뼛거리는
이 한심한 영혼아
네가 자랑하는 신념이라는 것도 이제는 너무 너덜하구나
산산이 부서져라
깨지고 매 맞고 뒤집히고 무너지면서
그냥 무너지는 채로
아름다운
산산이 부서져라
그렇게 깨끗이 부서지고 씻겨 나가서
진실의 알통이
그 알통의 허연 뱃살이 찰지고 맑고 흐벅지고
그래서 그 결결이 은은하게 눈부시건 말건
부서지는 그것 그대로
켜켜 샅샅이 아름다운 먼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산산이 부서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