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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9231702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1부 아버지의 집 009
2부 아버지의 여자 079
3부 잘 가요 아버지 135
작가의 말 210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가 또 집에 가자고 졸랐다. 이젠 여기가 아버지 집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었다. 아버지는 때 이른 스프링코트와 전엔 늙어 보인다며 잘 쓰지도 않던 중절모까지 어디서 찾아 쓰고는 방문 앞에 버티고 서서 집에 가자고 졸라댔다. 이쯤 되면 말릴 방도가 없다. 나는 두툼한 패딩 조끼를 꺼내 입고 아버지를 앞세웠다. 아버지는 어느새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다. 나와 아버지가 나서는 걸 주방에서 저녁밥을 짓던 엄마와 큰올케가 빤히 쳐다본다. 이젠 참견하기도 지겨운지 나와 보지도 않는다. 엄마의 끌끌 혀 차는 소리만 주방을 뚫고 간간히 새어 나왔다. 현관을 나서면서 아버지의 스프링코트가 너무 얇다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그러다 말았다. 정신 나간 아버지의 옷을 갈아입히려면 그것도 일이었다. -1부 ‘아버지의 집’에서
여자는 흰 티셔츠에 검정 가디건을 걸치고 출구 쪽을 향해 망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배낭은 한쪽 어깨에만 걸쳤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그 여자와 내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는 그냥 서로를 알아봤다. 여자가 나를 향해 웃었다. 고른 치아가 형광 불빛 아래서 빛났다. 내가 가까이 가자 여자도 한 발 다가왔다.
“저기…”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어서 와요.”
여자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조금 전까지 여자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를 고민하던 건 기우였다. 여자의 미소를 보자 금방 편안해졌다. 여자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보통 체격의 전형적인 몽골 여자 상이었다. 못생긴 건 아니었으나 딱히 예쁘지도 않았다. 얼굴을 살포시 덮고 있는 주름을 걷어낸다 해도 그저 평범한 얼굴일 따름이었다. 아버지는 이 여자를 왜 좋아했을까.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의문은 풀리겠지만 나는 여자가 평범해서 더 호기심이 일었다.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일 테니까. -2부 ‘아버지의 여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