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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73324604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6-01-15
책 소개
목차
날개가 다른 새
로맨스☆
반딧불이
특별 연고자
축복의 노래
잔물결 드라이브
리뷰
책속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좋은 대학, 좋은 회사라는 인생의 선로를 순조롭게 걸어 저런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니 머리를 막 헝클어뜨리고 싶었다. 고압적인 학원 강사, 특정 여학생을 끈적한 눈으로 보는 교사, 밥도 제대로 못 짓는 주제에 허세를 떠는 아버지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른다. 주위의 성인 남성을 경멸하고 나니 혐오감이 치솟는 한편 가슴이 후련해졌다. 이런 녀석들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무섭지 않다는 마음이 커졌고 성적 고민도 별것 아닌 듯 마음이 가벼워져 오히려 공부가 잘됐다. 유토는 종종 ‘#가출소녀’를 검색했다. 그때마다 남자들의 빤한 감언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안에서 그로테스크하게 번쩍번쩍 빛나는 욕망을 증오하고 비웃으면서도 응시했다.
아이스커피 한 잔에 사람을 부린다는 죄책감은 곧 흐려졌다. 그러려고 만들어진 비즈니스이고 가벼울수록 배달하기 쉽지 않을까. 배달할 수 있는 지역 안에서 하루에 두세 번씩 주문할 때도 있었는데 여전히 그 미남과는 만나지 못했다. 아이콘이 뜰 때까지의 기다림에 가슴이 뛰고 온몸의 세포가 활성화된 듯 느껴졌다. 과장이 아니라 ‘살아 있다’라는 짜릿함에 가까운 실감이 들었다. 또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남아 있다. 다음 주문에서는, 내일 주문에서는,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긴 의자에 눕는다. 물건을 만질 수는 없는데 이렇게 누울 수는 있다. 그러나 좌석의 감촉은 없다. 죽는다는 거 신기하네. 머리카락을 잡아 눈앞으로 가져오니 갈라진 머리카락이 여러 개 보였다. 이런 건 살아 있을 때랑 똑같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본다. 국도와 도로변에 늘어선 중고 서점과 야키니쿠, 파친코 가게. 도쿄 도심까지는 전철을 갈아타고 거의 한 시간 반. 일본 어디에나 있는 어정쩡한 시골 풍경은 십오 년 전과 전혀 변함이 없어 보였다. 흘러가는 빛과 산의 실루엣. 하행선 전철과 스친다. 창에 내 모습은 비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