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상의 세계 : 백스테이지를 엿보다

들어가기
1장 이불놀이로 시작되는 무대의상 디자이너의 꿈
2장 옷장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
3장 대본 속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다
4장 생명을 탄생시키는 제작소 탐방기
5장 오감을 일깨우는 디자이너의 공연노트
나오기

옷장이 한 개인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간직한 작은 방이라면, 무대의상실은 수많은 옷들을 품고 있는 거대한 옷장이다. 그러나 무대의상실은 옷장처럼 이미 완성된 옷들이 걸려 있는 곳이 아니다. 무대의상실은 무수히 많은 옷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상력으로 채워진 창작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18세기 가면무도회장의 귀부인들이 춤을 추고 일본 에도 시대의 검객들이 칼을 휘두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하기도 하고 앙증맞은 파리 요정이 되기도 한다.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장난감 가게의 반짝이는 불빛이 선물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아이들의 꿈을 부풀리듯 인물에 대한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무대의상실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1장에서

무대의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작품 분석을 해야 한다. 작품 분석은 공연을 올리기 위한 첫 단계로서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과 배경, 연출 의도 및 캐릭터를 파악하는 것이다. 무대의상은 언제나 작품의 이야기를 동반하며 한 작품 속에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작품 분석은 필수적이다. 눈과 손 그리고 작품에 대한 상상력이 겹치고 섞여 하나의 무대의상을 탄생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의 이미지를 날카롭게 집어낼 수 있는 사고 능력은 무대의상을 시작하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3장에서

작품이 끝나면 공연의상 디자인실의 전등이 다시 환하게 켜진다. 디자인실 벽면에는 여전히 디자인 구상을 위한 리서치 자료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의상의 샘플 조각들, 각종 자료들, 옷핀들이 방바닥에 널려 있다. 공연 준비로 활기찼던 에너지가 미처 가시지 않은 작업 공간에는 여전히 작업했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공연의 막이 내렸다 해서 무대의상의 세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대의상 디자이너는 다음에 또 진행될 공연을 위해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부터 완성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을 잘 기록해두어야 한다(의상 제작 관련 정보 정리). 작업 지시서, 도식화, 그리고 지시서 옆에 붙어 있는 스와치들 등 제작소에서 담아낸 각종 자료들에는 그간 공연을 위해 달려왔던 시간의 잔해가 묻어 있다. -4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