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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41918110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1. 상처 입은 자들의 문
2. 간극 없이
3. 마음의 신비
4. 성전 휘장이 찢어지다
5. 춤추는 신
6. 어린양의 경배
7. 그리스도의 성흔과 용서
8. 벽을 두드리는 소리
9. 몸
10. 아름다운 신부, 가엾은 교회
11. 진리의 장소
12. 베로니카의 베일에 새겨진 얼굴
13. 변화된 상처들
14. 마지막 행복 선언
책속에서
나는 피 흘린 적도, 상처 자국도, 흉터도 없는, 상처 입지 않은 신, 이 세상에서 내내 춤만 추는 신들과 종교들을 믿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늘날 종교 시장에서 그들의 휘황찬란한 매력만 보여 주고 싶어 한다.
나의 신앙은 가파른 ‘십자가의 길’을 걸을 때, 상처 입은 그리스도의 좁은 문을 지나 하느님께 나아갈 때, 가난한 자들의 문, 상처 입은 자들의 문을 지날 때 의심의 짐을 내려놓고 내적 확신과 고향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부자, 배부른 자,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자, 아는 자, ‘보는 자’, ‘건강한 자’, ‘경건한 자’, ‘지혜롭고 신중한 자’는 그 문을 지날 수 없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토마스 사도의 의심은, 과학주의와 실증주의 시대의 후손인 우리가 수시로 걸리는 의심병과 다르며 이 이야기에 우리가 성급하게 투사하는 의심과도 전혀 다른 유형의 의심일 수 있다. 사도는 결코 답답한 ‘유물론자’가 아니라 그가 ‘만질’ 수 없는 신비에 열려 있을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토마스 사도는 비참한 최후까지 그의 스승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그가 라자로에게 갔을 때, 예수의 말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떠올려 보자. “우리도 주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 그는 기꺼이 십자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분의 부활 소식은 그에게 아마 수난사의 적절한 ‘행복한 결말’로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는 다른 사도들과 기쁨에 동참하기를 거부하고, 예수의 상처를 보려 했던 것이다. 토마스 사도는 ‘부활’이 십자가를 헛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1코린 1,17 참조)를 보려 했다. 그래야만 토마스 사도는 ‘나는 믿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결국 ‘의심하는 토마스 사도’가 다른 누구보다도 더 깊이 부활 사건의 의미를 파악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