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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41918066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서언: 신에게서 버림받다? (빈프리트 논호프)
프롤로그: 죽은 신. 광인의 연설 (토마시 할리크)
신이 침묵할 때
영혼은 무신론을 안다 (안셀름 그륀)
무신론을 껴안다 (토마시 할리크)
다양하게 실행된 무신론
신을 상정하거나 아니거나 (토마시 할리크)
종교적 무감각에서 영적 탐색까지 - 갖가지 무신론 (안셀름 그륀)
탐색으로의 전향
신의 낌새를 알아채다 (안셀름 그륀)
종교와 종교적으로 탐색하는 인간 (토마시 할리크)
신비를 살다
깊이에 이르는 길 (토마시 할리크)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것의 체험 (안셀름 그륀)
신비로 가는 길 - 이야기들로 묘사할 수 없는 것
변화 - 신앙인과 불신앙인이 함께 가는 길 (안셀름 그륀)
내 안의 불신앙인 - 나의 친구 (토마시 할리크)
에필로그: 미지의 신. 바오로의 아레오파고스 연설 (안셀름 그륀)
신앙과 불신앙이 서로 껴안으면 - 필자들의 대화 (안셀름 그륀, 토마시 할리크, 빈프리트 논호프)
주
책속에서
막 개종한 사람의 신앙, 곧 나의 신앙이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 나는 무신론자와의 대화를 호교론 교본의 논거들을 가지고 치르는 결투로 인식했다. 이제는 그 당시 쟁취했던 수사적 승리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런 대화에서 우리에게 공통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를 분리시킨 것 속에서, 다른 관점에서 보면 풍요로운 시선이라 여길 만한 것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나는 종교적이지 않은 인간에게서 어떤 거룩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이 그에게 그처럼 가치 있는 이유를 납득하려 했다. 나는 신앙의 반대가 꼭 무신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우상숭배, 즉 상대적 가치의 절대화임을 이해했다. “무신론”이 유신론, 그러니까 특정한 신 이해에 대한 비판이라면 무신론은 신앙인에게 유용할 수 있다. 신과 관련한 모든 인간적 개념은 단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할 뿐, 달 자체는 아님을 무신론이 일깨우기 때문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가르쳤다. “그대가 이해할 수 있다면, 하느님이 아닙니다”(Si comprehendis, non est Deus). (토마시 할리크, 25-26쪽)
우리는 인간으로서 늘 묻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삶에게, 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우리도 인간으로서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의 행위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신앙인은 무신론자에게 의문시될 수 있다.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물음을 던지는 것은 밭고랑을 파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신앙을 의문시할 수 있으면 영혼의 밭에 고랑을 팔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랑에서 새싹이 날 수 있다. 그때는 우리 신앙이 새로 꽃필 수 있다. 우리 신앙은 딱딱한 길바닥에 그대로 있지 않는다. 신앙의 흙이 갈수록 부드럽게 부서져 더 많은 열매가 맺힌다. 질문은 우리를 점점 더 깊이 숙고하게 만든다. 나는 대체 누구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일까? 신은 무엇, 또는 누구일까? 그런 질문을 철저히 좇다 보면 나는 결국 신비 앞에 이른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일까?”라고 물을 때, 온갖 피상적인 답변에서 벗어나서 날로 더 깊이 내 영혼의 바닥으로 곧장 나아갈 것이다. 거기에서 나는 어떤 답변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의 진정한 자기의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신비가 열릴 것이다. (안셀름 그륀, 116-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