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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세계명작
· ISBN : 978895091808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09-04-29
책 소개
목차
그란리덴 농장 사람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신뇌베를 위하여
노르헤우의 결혼 피로연
부서진 희망
엇갈리는 마음
혼자만의 나날들
깨어난 사랑
축복 속에서
리뷰
책속에서
“맞아, 이제 알겠어. 그 셀 수 없이 많은 날 동안 네가 나한테 뭔가를 숨겨 왔다는 것을 말이야.”
잉그리드가 말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신뇌베가 물으며 잉그리드에게 불안한 눈길을 던졌다.
“토르비욘 오빠가 춤을 추는 게 싫은 게 아니야.”
잉그리드가 말했다. 신뇌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잉그리드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신뇌베의 목에 팔을 감고 귀에다 속삭였다.
“신뇌베, 넌 오빠가 다른 사람이랑 춤을 추는 게 싫은 거야.”
“어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해?”
신뇌베가 잉그리드를 뿌리치며 일어섰다. 잉그리드도 일어서서 신뇌베를 따라갔다.
“여기서 죄란 바로 네가 춤을 추지 않는다는 거야.”
잉그리드가 말하며 웃었다.
“그게 진짜 죄지! 이리 와봐. 내가 금방 가르쳐 줄게.”
그러면서 잉그리드는 신뇌베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뭐 하는 거야?”
신뇌베가 물었다.
“춤을 가르쳐 줄게, 토르비욘 오빠가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 춤을 추지 않을까 하는 근심을 몰아내야지!”
신뇌베도 이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적어도 웃는 것처럼 보여야만 했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몰라.”
신뇌베가 말했다.
“오, 하느님! 신뇌베의 대답이 너무 바보같이 들리더라도 용서해 주세요!”
pp81~82
“토르비욘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거요.”
남편이 아내의 곁을 지나가며 말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건강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신만이 아신다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남편을 뒤따라갔다. 그들은 헛간으로 가는 계단에 나란히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잉그리드가 살그머니 토르비욘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손에 쪽지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나직한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
“신뇌베를 만나거든 이 쪽지를 전해 줘.”
잉그리드는 쪽지를 읽고 뒤돌아 앉아 울기 시작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규토름 솔바켄의 딸,
모두에게 사랑받는 숙녀 신뇌베에게.
네가 이 쪽지를 읽는 순간 우리 둘 사이는 끝난 거야.
난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니까.
신께서 우리 둘과 함께 하시길.
세문트 그란리덴의 아들, 토르비욘.
pp125~126
“가엾은 신뇌베, 피곤해서 들어가 버린 거구나.”
그는 생각했다.
“이런 건 남자가 해야지.”
토르비욘은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시작했다. 털끝만큼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여태껏 일이 이렇게 쉽게 손에 익은 적이 없었다. 토르비욘의 마음속에는 꽃을 심는 방법과 동시에 목사님 댁 정원을 거닐던 세 사람의 모습이 선명했다. 그는 꽃을 심으면서 의식적으로 그 두 가지를 떠올렸다.
토르비욘은 밤이 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몰두해서 화단을 뒤엎고 꽃을 심었다.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려고 이리 심어 보고 저리 심어 보았다. 그러다 가끔씩 들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다락방에 난 창문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러나 창가에도 다른 어디에서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토르비욘은 수탉이 울고 숲 속의 새들이 아침 인사를 하려고 하나 둘씩 깨어나 기지개를 펼 때까지 개 짖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는 화단 둘레를 삽으로 파다가 아슬락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라 피식 웃음을 지었다. 솔바켄에서는 트롤과 요괴들이 득실거리며 자란다고 했던가……. 그때의 토르비욘은 그렇게 믿었다.
그는 다락방 창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신뇌베가 내려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덧 날이 환하게 밝아 왔다. 새들이 벌써 무리를 지어 순식간에 하늘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황급히 울타리를 넘어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 언젠가는 토르비욘이 신뇌베의 꽃을 심었다고 말하리라!
pp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