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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0965877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16-07-13
책 소개
목차
제1화. 외롭지 않은 어른이란 없어 007
제2화. 혼자라는 것은 애절한 자유 046
제3화. 어른의 청춘을 비웃지 마 076
제4화. 여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거, 안타까운 일이네 105
제5화.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란 무엇일까 133
제6화. 이제까지의 어떤 사랑과도 비슷하지 않아 162
제7화. 사랑, 어떻게 하면 좋을까 188
제8화. 어른들의 키스는 애절해서 웃겨 212
제9화. 키스는 입만큼이나 많은 것을 말한다 236
제10화. 어른의 미래도 빛난다 261
제11화. 아직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288
제12화. 끝에서 두 번째 사랑 318
리뷰
책속에서
게이코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갑자기 가게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들리면서 촛불이 흔들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케이크를 든 웨이터가 치아키가 앉은 옆 테이블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 놀랐다. 순간 나인 줄 알았어.”
시끌벅적한 옆 테이블을 보면서 치아키가 말했다. 내일이 치아키의 생일이었다.
“안 해. 이런 서프라이즈. 나이가 몇인데.”
“맞아. 서로 하지 말자고 했잖아, 서른 살 때.”
웨이터의 장단에 맞춰 함께 합창과 박수를 친 셋은 먼 곳을 응시했다.
“저 나이일 때는 생일이 즐겁지.”
“맞아. 생일이 우울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거야.”
치아키는 쓸쓸하게 한숨을 토했다. “언제부터 생일이 그렇게 되었을까? 평소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부끄럽지 않은데 왜 생일이 되어 나이를 먹은 순간 그런 마음이 드는 거지?”
“나, 작년 직장에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당했어.” 쇼코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정말? 힘들었겠다.”
“응. 불쾌한 감정을 숨기느라 필사적으로 노력했지.”
“나는 직장에서 서프라이즈 하면 죽여버린다고 말했지.” 치아키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다양한 감정이 들어요. 저, 외로웠어요. 가마쿠라에 왔을 때. 여러 가지로 약해지고 불안했죠.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말이에요. 사랑도 이제 없다고 생각했죠. 그럴 때 천사가 나타나,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딱 좋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신페이 군은 저를 좋아한다고, 연인이 되어달라고 했고, 병에 대해서도 얘기해줬어요. 그의 인생 최초의 연인 아니에요? 놀랐고 기뻤어요. 나는 아직 버려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병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신페이 군은 내내 그것을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것을 이유로 매사 생각하는 건 그만두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신페이 군도 그걸 바라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예.”
“물론 신페이 군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연애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제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끗하지 않구나.”
“무슨 소립니까?”
“비겁했어요. 최악이죠. 나는 아마도 신페이 군을 옆에 놓아둔 거예요. 신페이 군이라는 멋진 남자가 내 애인으로 있는 상태를……. 틀림없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사랑은 없을 테니까. 정말 최악이에요, 최악.” 하고 심정을 토로하는 치아키에게 와헤이는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번잡한 제작부를 떠나려는 준비를 하는 치아키에게 바쁘게 움직이던 국원들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대답을 하면서 치아키는 낙담했다.
‘나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수고도 안 했는데…….’
게이코와 쇼코에게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봤는데 둘 다 일이 바쁜 듯 곧바로 “미안해.”라는 거절 전화가 왔다.
휴대 전화를 넣고 치아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 바쁘네.”
인파를 헤치고 역으로 향하면서 치아키는 가을의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봤다.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다.
어른이 되면 상처 입을 일은 많아지고 생긴 상처는 더디 낫는다.
그래서 고통에 둔감해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무언가 안식처를 찾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일.
아니면, 사랑.
아니면, 가족.
일을 안식처로 삼고 살아온 내가 만약 일을 잃는다면……
나는 이제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