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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0979492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19-04-03
책 소개
목차
2장 사방 _31
3장 환관의 신분으로 _61
4장 비단빛 유리꽃 _90
5장 자색에 취하고 금빛에 빠져들다 _116
6장 새장 속에 갇힌 새 _143
7장 혈색의 미몽 _165
8장 절세미인 _185
9장 가을 이슬이 서리가 되다 _211
10장 운소의 여섯 여인 _234
11장 실체도 없고 소리도 없이 _255
12장 담장 너머의 꽃 그림자 _279
13장 설색과 난대 _303
14장 긴 거리의 적막함 _324
15장 하늘 햇살과 구름 그림자 _349
16장 가짜가 진짜가 될 때 _373
17장 어지럽게 핀 꽃에 빠져들다 _398
18장 물로 띠를 두르고 바람으로 옷을 입다 _433
번외: 빛과 그림자 _466
옮긴이의 말 _499
리뷰
책속에서
칠흑같이 검고 그윽한 눈과 높고 곧게 뻗은 코, 굳게 다문 입술에서 세상에 대한 냉담함과 무관심이 엿보였다. 하늘색 비단옷에는 푸른색 구름 문양이 수놓여 있었는데, 원래는 부드러운 색깔과 무늬이지만 그의 몸에서는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은은하게 풍기는 그 무심함과 냉담함 때문에 더욱 우아해 보이는지도 몰랐다. 기왕 이자, 자(字)는 서백. 작금의 황실에서 최고로 뛰어난 인물. 황제도 “서백이 있는 한 짐은 외롭지 않다”며 찬탄할 정도였다.
“송구합니다. 항상 비녀를 여러 개 꽂았던 터라 뭔가를 끼적이고 싶을 땐 그중 하나를 뽑아 쓰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환관 차림이라 비녀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이서백은 눈썹을 살짝 찡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재하는 이서백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를 잡아 틀어 올려 비녀로 고정시켰다. 그 멀고 험한 길을 오는 내내 조금의 두려움도 없던 황재하건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수줍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서백은 이미 머릿속에 모든 것을 그린 황재하를 보며 순간 살짝 당황했다. “벌써 다 알아냈다고?”
“네, 제게 책력(冊曆)만 한 권 주시면 됩니다.”
창밖의 가벼운 바람이 가림막 사이로 천천히 불어 들었다. 서서히 방향을 바꾸던 햇살이 팔락이는 가림막 틈새로 들어와 황재하의 온몸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두 눈이 마주 앉은 이서백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서백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기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