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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803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09-06-02
책 소개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Chapter 7
Chapter 8
Chapter 9
Chapter 10
Chapter 11
Chapter 12
Chapter 13
Chapter 14
Chapter 15
Chapter 16
Chapter 17
Chapter 18
Chapter 19
Chapter 20
Chapter 21
Chapter 22
Chapter 23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늘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길과, 하늘과, 쌓인 눈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가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예전부터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미소 짓는 미슬의 얼굴 위로 눈송이가 내려앉아 젖어들고 마는 것도 바라보았다. 자신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슬픔이 그녀에게로 따뜻하게 녹아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그녀가 자신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네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그렇지 않아?”
“아줌마……. 약속 지켰어.”
“……응!”
그가 행복한 여행이 될 거라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되새기고 있다는 것에 미슬은 가슴이 벅찼다. 정작 그의 심정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자신의 날아갈 듯 자유롭고 행복한 그 웃음이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밥 먹자며.”
하늘이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서 말했다.
“응!”
두 사람은 숲 쪽 길가 커다란 나무 아래에 눈을 치워내고 앉았다. 미슬은 김밥과 튀김 몇 개, 졸인 메추리알, 생수 두 병이 다인 조촐한 도시락을 펼쳤다.
“뭐야. 옆구리 다 터지고.”
“새벽에 밥 짓고 이거 만드느라 난리 부르스를 다 떨었는데. 정성을 생각해야지. 그냥 먹어!”
미슬은 억지로 그의 입에 김밥을 밀어 넣으며 티격태격 장난을 쳤다. 그녀는 가슴속으로 너무나 다행이라고 한시름 놓으면서도 조바심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닥칠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있기를.
가슴이 뛰어서 말을 하면 목소리가 제멋대로 떨릴 것만 같아서 미슬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무사히 단속을 통과하고 하늘이 운전대를 잡은 채로 계속 달렸다. 대관령에 가까워지자 멀리 눈 쌓인 휴양림과 스키 리조트가 연이어 보였고, 밖은 눈이 무겁게 내리고 있었다. 미슬은 그의 눈빛이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간 듯, 눈의 여왕에게 잡혀간 동화 속의 소년처럼 아주 날카롭고 고요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길을 잘못 들었어요. 저기서 돌릴게. 아줌마가 운전해요.”
그에 미슬은 주위를 두리번 살펴보았다. 6번 국도를 나타내는 표지판을 발견한 그녀는 소리 없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냥 가 보자. 네가 가고 싶은 대로.”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고요한 숲 속 길을 달렸다. 이쯤일까. 아니 좀 더. 미슬은 신문에서 보았던 사고 장소를 속으로 가늠해 보며 점점 커지는 긴장감을 이겨내려고 애썼다. 조금 더 지나서 하얀빛의 하늘과 맞닿은 길이 나타났고, 낡은 옛날식 버스 표지판이 보였다. 시골 국도라 그런지 1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여기서 도시락이나 먹고 갈까.”
그 순간 하늘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차가 덜커덩거렸다. 그는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불안해 보였다. 그런 급작스러운 변화에 미슬의 심장도 덜컹거렸지만 그녀는 겉으로 태연한 척 내색하지 않았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내리자.”
차에서 내린 그는 가만히 선 채로 눈이 내리고 있는 하늘과, 온통 뒤덮인 눈과, 버스 표지판, 길가 아래의 가파른 언덕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 가슴에, 스산함이 점점 스며들고 있었다.
“왜 이 길로 오자고 한 거에요.”
“그건 그냥 네가 가 보고 싶은 대로…….”
“기분 나빠! 추워서 못 견디겠어. 돌아가고 싶어.”
“내 눈에는 아름답기만 한데. 낡은 시골길이며, 안개 낀 하늘, 눈물도 상처도 다 스며들어 버릴 것 같은 하얀 눈이며……. 그리고 소중한 사람.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