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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880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09-10-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네 이웃을 탐하지 마라
2. 네 부모를 공경하라
3. 재앙의 시작
4. 간음하지 말지어다
5. 살인하지 말지니라
6. 준비
7. 끝이 보이는 시작
8. 정리
9. 기도
10. 소망
저자소개
책속에서
또다시 욱신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생각했다.
결혼식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 달.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 달을 생각해보았다. 한 달 후, 두 사람의 인생은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겠지. 행복한 피앙새가 되어 가정을 이루고 웃음이 넘쳐나는 집에서 살 그녀와……, 몇 달 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자신. 서글픔이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는 곧 눈을 깜빡이며 물기를 걷어냈다. 죽음,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는데도 불순물이 남아 이럴 때 곤혹스럽다.
그는 담배를 찾아 손을 더듬거렸다. 그러다 그녀를 발견하고 담배를 찾던 손을 핸들에 올렸다. 그동안 등지고 살았던 여자, 온유한 빛으로 둘러싸여 감히 손을 델 수 없었던 소중한 여자.
임강석에게는 너무나 과분할 것 같아서, 아니 함께 하기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떠나야 했던 그녀가 회사 정문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강석은 핸들에 팔을 괴고 온유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온유는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자, 귀 뒤로 넘기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유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강석은 밖으로 나갈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는 오직 한 사람, 온유만을 보고 있었다. 서른 살이 되었다는데도 1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긴 머리카락과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까지 여전했다. 눈도 동그랗고 얼굴도 갸름해 원래 나이보다 서너 살은 족히 적게 보일 정도로 동안이었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타들어 가던 가슴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평온해졌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졌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표정이 달라졌다. 복수에 눈이 멀어 붉게 피었던 얼굴색도 안정을 찾아 본연의 색으로 돌아왔다. 손목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받고, 지나던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떠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강석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숨어 있지 말고 온유를 다시 찾아와야 했다. 그의 여자, 온유를.
그는 차문을 힘차게 열었다. 다리를 밖으로 밀며 내리려고 했지만 정면을 응시하다 그만 몸을 굳히고 말았다. 온유의 뒤에서 태경이 나타나 허리를 껴안았다. 꺄르르, 온유의 웃음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고 그녀의 동료들도 손가락질을 하면서 놀리기 바쁘다.
“태경 씨, 이제 왔어? 오빠……, 아이 참.”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태경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온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에 강석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부르르 떨었다.
젠장! 온유가 웃는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더없이 아름답게 웃는 온유의 모습에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석은 태경을 노려보다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핸들이 휘었지만 그의 분노를 꺾을 순 없었다.
“큭큭, 킥킥.”
고개를 숙인 강석이 실소를 흘리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래, 지금 실컷 웃으라고……. 웃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일 테니까.’
이온유, 너…… 아무래도 벌을 받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