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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기타어문학 > 기타문학
· ISBN : 9788952119674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8-01-20
책 소개
목차
서문
01 <셀레스티나>를 읽기 위한 몇 가지 제언(정동희)
1. 들어가며
2. 페르난도 데 로하스와 그의 시대
3. <셀레스티나>의 내부로
4. <셀레스티나>, 명작, 그리고 해석
02 <돈키호테>, 대항종교개혁 시대의 스페인 인문주의(김춘진)
1. 세르반테스, 스페인 굴기 역사의 풍운아
2. 기사로망스
3. 리얼리즘과 근대소설의 효시
4. 세 번의 출정과 귀향, 그리고 죽음
5. 서사 기법
6. 돈키호테, 산초, 둘시네아의 인물 관계와 구조
7. <돈키호테>의 의미와 해석
03 소설의 개혁과 인간 존재의 문제성-우나무노, <안개>(조민현)
1. 우나무노의 삶과 문학
2. 추상성과 체계화의 반대
3. 줄거리 및 등장인물
4. 반사실주의와 소설의 개혁
5. 등장인물의 자율성과 허구적 인물을 통한 지속
6. 98세대로서의 우나무노와 <안개>
04 젊은 시선으로 붙잡은 삶의 의미들의 그물망-카르멘 라포렛, <나다>(서은희)
1. <나다>의 배경
2. <나다>의 출현
3. 작가 카르멘 라포렛
4. <나다>가 품은 다양한 의미들
5. 나가며
05 <살라미나의 병사들>, 스페인 내전의 진정한 영웅들(임호준)
1. 작가 하비에르 세르카스
2. 작품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최근 스페인 내전소설의 경향
3. 작품의 서사와 구조
4. 작품의 정치적 의미와 문학적 의의
06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여는 열쇠들-문학적 존재론에 관한 보르헤스의 실험들(양운덕)
1. 눈먼 도서관장
2. 우연의 놀이판과 우연의 문학
3. 현실이 된 연극: 배신자, 영웅으로 거듭나다
4. 작품 속으로 들어간 작가
5. 관념들의 요지경, 틀뢴의 세 풍경
6. 선과 악은 어떻게 공존하는가?: <성경>을 문학 텍스트로 읽는 한 방식
7. 허구와 현실: 허구의 현실성
07 마추픽추에서 인간적 연대를 노래하다-파블로 네루다, '마추픽추의 산정'(김현균)
1. 움직이지 않는 여행자
2.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시인
3. 마추픽추 방문과 라틴아메리카의 발견
4. '마추픽추의 산정': ‘나’의 독백에서 ‘우리’의 함성으로
5. 시적 자아의 가변성과 현실의 총체적 반영
08 인간의 고독과 숙명을 해부하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김창민)
1. 작가의 삶과 콜롬비아의 역사가 반영된 <백년의 고독>
2. 작품 탄생의 문학사적 배경
3. 돼지 꼬리 달린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4. 환상적 요소와 마술적 사실주의
5. 개인의 고독과 라틴아메리카의 고독
6. 숙명론: <오이디푸스 왕>과 <백년의 고독>
7. 나가며
09 시는 읽는 사람의 것-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우석균)
1. 제임스 딘, 셰익스피어, 히피, 체 게바라를 꿈꾸던 젊은 시절
2. 잡탕의 미학, 연대, 그리움
3. 시는 읽는 사람의 것
4. 일상성 속의 혁명성
5. <일 포스티노> 유감
10 영화 속 명작과 문화 읽기-제목으로 보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장재준)
1. 원조 시네마 식당
2. 애피타이저
3. 메인 디시
4. 디저트: 카카오 톡
11 집을 찾는 문학적 여정-산드라 시스네로스, <나만의 집>(이은아)
1. 들어가며
2. 시스네로스의 창작세계와 집의 추구
3. 나가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셀레스티나>는 츠바이크가 묘사한 대로 한 명의 천재가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함께 스페인 문학사가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셀레스티나>는 필자의 견해로는 스페인 문학사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 있어서도 대표적인 우연의 산물이다. <돈키호테>가 없었더라면 스페인 문학 최고의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셀레스티나>는 살라망카 대학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방학을 맞아 보름 정도 기간 동안에 완성한, 중세의 석양이 짙게 내리면서 동시에 르네상스의 여명이 어슴푸레 비치던 시기에 갑작스레 출현한 우연의 산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문학사라는 거대면서도 도도한 강의 흐름을 바꾸어 버린 위대한 작품이다. 작가가 자신의 일생 동안 단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썼지만 그 작품이 불멸의 작품으로 남아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큼 매력적인 우연이 어디 있을까?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 우연의 산물을 불멸의 작품으로 전환시킨 위대성은 어디에 기반하는가? 어떻게 문학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심원한 영향을 동시대 그리고 이후 문학 작품들에 미치게 되었는가?
무언가를 정의하고 체계화한다는 것은 사물 자체의 생생한 본질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체계를 세우게 되면 결코 어떤 대상의 생생한 울림이 포착되지 않는다. 체계는 단지 어떤 대상을 종이로 된 새장 속에 가두는 데에 쓰일 뿐이다”(Ayala 1980, 264). 결국 추상적인 이성을 통해 세계를 체계화하는 것은 삶과 양립될 수 없는 서로 상반된 속성을 내포한다.
이렇게 20세기 초 세계를 정의하고 체계화하려는 기존의 세계관에 대한 반작용이 <안개>를 이루는 기본 배경이다. 작품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빅토르 고티는 이러한 면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모든 것을 혼동시켜야 해. 꿈과 현실을 혼동시키고 허구와 현실을 혼동시키며 진실과 거짓을 혼동시켜야 해. 단 하나의 안개 속에 모든 것을 혼동시켜야 해”
문학은 우리의 경험과 세계가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세계를 통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구성되는가를 보여 준다. 세계를 보는 관점 없이 세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듯이 문학적 형상화가 없다면 어떠한 세계도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만약 이런 상관관계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문학을 지운다면 문학의 ‘알맹이’라는 세계가 그 배후에서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와 의미도 지니지 못한 세계 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문학적 ‘표현’은 나름의 현실을 창조한다.
보르헤스는 이런 ‘허구의 현실성’을 제시한다. 이런 허구는 현실을 모방하기보다는 나름의 시공간, 삶과 세계를 독자적으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