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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2217448
· 쪽수 : 379쪽
· 출판일 : 2012-03-22
책 소개
목차
야스의 축배 7
가족 세 사람 36
암전 54
바다에 내리는 눈 69
떡잎의 계절 101
감추면 꽃이 되고 143
주먹 189
카운트다운 227
묵묵히 269
야스의 상경 293
유미 씨 323
고향 349
리뷰
책속에서
처음에는 시야 한쪽에 미사코와 아키라를 담아 두고 자신이 시키는 대로 플랫폼 구석에 있는지 확인하던 야스였지만, 대형 나무상자에 들어 있는 화물 몇 개를 운반하는 사이 문득 두 사람의 존재가 의식에서 사라졌다.
“아빠!”
아키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수건, 줄게!”
아키라는 미사코한테서 받은 수건을 뱅뱅 돌리며 뛰어왔다. 그 수건 끝자락이 쌓아올린 나무상자의 꺼칠하게 갈라진 부분에 걸렸다.
화물의 산이 기우뚱, 하고 흔들린다.
“위험해!”
야스의 고함 소리와, 아키라에게 달려가는 미사코의 놀란 비명 소리를 삼키며 산이 무너져 내렸다.
“야스야, 잘 봐라.”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보이는 걸 보는 거는 원숭이도 할 수 있다. 안 보이는 걸 보는 게 인간이지.”
하는 수 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에 눈이 쌓여 있나?”
“예?”
“됐으니까 자세히 봐라. 바다에 내린 눈이 쌓여 있나?”
쌓일 리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진 눈은 바다에 흡수되듯 사라져 간다.
“바다가 돼라.”
스님은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호통 치는 큰 목소리보다 훨씬 더 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알겠나, 야스야. 넌 바다가 되는 거다. 바다가 돼야 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스님.”
“눈은 슬픔이다. 슬픈 일이 이렇게 자꾸자꾸 내린다, 그렇게 생각해 봐라. 땅에서는 자꾸 슬픈 일이 쌓여 가겠지. 색도 새하얗게 변하고. 눈이 녹고 나면 땅은 질퍽질퍽해진다. 너는 땅이 되면 안 된다. 바다다. 눈이 아무리 내려도 그걸 묵묵하게, 모른 체 삼키는 바다가 돼야 된다.”
야스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미간에는 힘이 들어가고, 눈은 노려보는 눈빛이 되었다.
“아키라가 슬퍼할 때 너까지 같이 슬퍼하면 안 된다. 아키라가 울고 있으면 넌 웃어야지. 울고 싶어도 웃어라. 둘밖에 없는 가족이 둘이 같이 울고 있으면 어찌 되겠노.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님이 바다에 불쑥 내민 주먹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알겠나, 야스야……바다가 돼라.”
“하여간 택도 없는 짓을 하고……이제 젊을 때랑은 다르다. 야스 너한테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키라는 어떻게 하라고 그래. 좀 사람이 생각을 하고…….”
다에코는 말을 하다 말고 또 눈물을 글썽였다.
야스는 수건으로 쥐어뜯듯이 머리를 닦으며 “아키라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됐는데?” 하고 물었다. “왜 누부가 우는 거냐고?”
그러자 다에코는 “안 울고 배기나!” 하고 화난 듯이 받아치더니 야스 옆 의자에 앉아 난로에 손을 쬐었다.
저녁,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불쑥 아키라가 찾아왔다고 한다. “아줌마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하고 평소와는 달리, 뭔가 골똘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뭐든지 물어봐.” 하고 가벼운 어조로 다에코가 대답하자 아키라는 골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이은 것이다.
“우리 엄마……사고로 돌아가셨다던데, 무슨 사고였어요? 아줌마는 알죠? 가르쳐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