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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2241139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작은 도시
제2장 쥘리앵, 레날 씨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다
제3장 쥘리앵의 행복한 나날들
제4장 사랑은 시작되고
제5장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제6장 쥘리앵, 레날 부인과 이별하다
제7장 신학교
제8장 쥘리앵, 신학교를 떠나다
책속에서
다음 날 점심 식사가 끝난 후 레날 부인은 한 시간 동안이나 열심히 엘리자 편을 들며 쥘리앵을 설득했다. 쥘리앵의 한결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부인은 한없이 기뻤다. 여러 날 동안 절망 속을 헤매던 부인의 마음속에 행복이 물밀 듯 밀려왔다. 혼자 있게 되자 부인 스스로도 놀랐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쥘리앵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을 하면서 부인에게 찾아온 것은 자책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인은 혼란스러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무슨 구경거리처럼 여겨졌을 뿐이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이 다 빠졌기에 자기 자신을 냉정히 돌아볼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너무나 낯설어 자기의 감정인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부인은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죄책감은 생기지 않았다. 쥘리앵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변명거리를 찾았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선 부인의 행복감이 너무 컸다. 게다가 그녀는 너무 순진하고 순수했다. 그래서 그 행복감 속에 숨어 있는 불행이나 죄의 씨앗을 찾으려고 자신을 고문할 줄도 몰랐다. 심지어 그것이 사랑의 열정이라는 생각조차 할 줄 몰랐다.
별안간 쥘리앵은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그를 싫어한다고 말하곤 했다. 대신 신부가 되겠노라고 드러내놓고 말했다. 그리고 라틴어 『성경』을 암기했다. 선량한 셸랑 노신부는 쥘리앵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해서 매일 저녁 그를 데리고 앉아 신학을 가르쳤다. 쥘리앵은 신부 앞에서 경건한 모습만 보였다. 하지만 그가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경건한 신앙심 때문이 아니었다. 출세하고자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계집아이같이 창백하고 곱상한 얼굴 뒤에, 출세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단호한 결심이 숨어 있음을 신부는 물론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쥘리앵에게 출세란 무엇보다 베리에르를 떠나는 것을 뜻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 고장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