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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47261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찾아서
책속에서
우리 시대는 기본적으로 비극적인 시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으로 취급하지 않으련다. 이미 대변동이 일어났다. 우리는 폐허 한가운데 있으며 새롭게 작은 집을 짓기 시작했고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기 시작하고 있다. 꽤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제 미래로 향한 순탄한 길은 없다. 우리는 돌아가거나 장애물을 기어오른다. 그 어떤 재난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코니는 래그비 저택을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집, 말하자면 ‘가정’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었다. 가정이라! 그 단어는 그토록 거대하고 지친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따뜻한 말이었다. 코니에게 사랑, 기쁨, 행복, 가정, 어머니, 아버지, 남편과 같이 모든 위대하고 역동적인 단어들이 이제는 빈사 상태에 빠져 소멸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가정은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사랑은 우리가 그 단어에 푹 빠져 즐길 수 없는 것을 뜻할 뿐이었다. 기쁨은 선량한 찰스 메이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리고 행복은 다른 사람들에게 허세를 부리기 위해 사용하는 위선적인 말일 뿐이었다. 아버지란 자기 자신의 삶만을 즐기는 사람을, 남편이란 함께 살면서 정신적인 것이나 나누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위대한 말, 즉 섹스라는 것은 사람을 잠시 기운 나게 만든 뒤 다시 전보다 더 비참한 지경에 빠지게 만드는 일시적 흥분을 가리키는 칵테일 같은 말일 뿐이었다. 닳아서 너덜너덜해진 것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싸구려 재료로 만들어져서 결국 닳고 닳은 뒤 무(無)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약하고 의지가지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밖에서 그 어떤 도움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도움은 오지 않았다. 사회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무서울 뿐이었다. 문명화된 사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돈과 이른바 사랑이 두 개의 커다란 광기였고 그중에서 돈이 으뜸이었다. 개인은 돈과 사랑이라는 이 두 가지 양태에 자신의 무분별한 광기를 쏟아붓고 있다. 마이클리스를 보라! 그의 삶과 활동은 광기 그 자체이다. 그의 사랑도 일종의 광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