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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52737694
· 쪽수 : 656쪽
· 출판일 : 2005-11-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론, 누구나 지금까지의 얘기로부터 추측했겠지만, 내가 딱지를 붙이고 다니지 않게 된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 내 신분증에는 더 이상 커다랗게 'LA(Living Artifacts ?살아 있는 인공물)'나 'AP(Artificial Person.인조인간)'라는 커다란 스탬프 글자가 찍혀 있지 않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제일 끝에 있는 칸을 사용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가짜 신분증과 날조된 가족이 행복까지 주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귀찮은 괴롭힘과 차별 대우를 피하게 해줄 따름이다. 나와 같은 부류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만일 정체가 드러나면 추방하거나, 죽이거나, 팔아넘기는 곳도 많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인조인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절히 혈통이 없는 것을 아쉬워한다. 어디서 태어났느냐고? 글쎄, 정확히 말하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디트로이트의 '트라이유니버시티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설계되었다. 오, 정말이냐고? 나의 시조는 취리히의 '멘델리언 어소시에이츠'에 의해 탄생했다. 근사한 얘기 아닌가! 하지만 당신은 그 이름을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플라워 호의 조상들이나, 중세부터 전해 내려오는 토지대장에 등장하는 유서 깊은 이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내 기록에는(또는 내 기록 중 하나에는) 내가 시애틀에서 '태어났다'고 되어 있다. 시애틀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기록이 유실됐다고 둘러대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다. 가까운 일가친척을 잃었다고 하기에도 딱 맞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