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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80973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소식 消息
각인 刻印
포옹 抱擁
업화 業火
사도 使徒
유언 遺言
행방 行方
옮긴이의 말: 경찰소설의 대가가 그리는 피카레스크 로망
리뷰
책속에서
계단을 올라갔다. 침실 문을 살며시 열고 방 안의 기척을 살폈다. 다섯 평쯤 되는 넓이였다. 왼쪽 벽에 목표물인 장롱이 있었고, 그 옆에는 불이 꺼진 석유난로가 놓여 있었다. 이불 두 채의 베갯머리에 놓인 스탠드 불빛이 제법 밝았다. 두 채 중 안쪽 이부자리에 드르렁 코를 고는 남자가 누워 있었고, 바깥쪽 이부자리에는 등을 돌린 채 누워 있는 여자가 보였다. 드러난 목덜미가 숨을 삼킬 정도로 희었다.
들어가지 마. 오감을 뛰어넘은 지령이 뇌를 자극했다. 하얀 목덜미가 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여자는 깨어 있다.
쌍둥이란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려 하며 살아가는 존재였다. 마카베가 나라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곧 게이지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했다. 가슴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생김새는 물론 자신과 마음까지 똑같은, 복사판이나 다름없는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주했다. 차라리 사라져버려. 그렇게 빌었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아침 뉴스는 주인 할멈의 사망 소식도 전했다.
이치노 야스코. 일흔여덟. 이름도, 나이도 처음 알았다. 불이 난 직후 밖으로 도망쳤지만, 소방관의 제지를 뿌리치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불길과 연기에 휩싸여 숨졌다. 불구덩이로 뛰어들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소중한 물건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지금 와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