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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96790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서둘러 아파트 청소를 끝내면 가기 전에 피아노를 칠 짬이 잠깐이라도 날 것이다.
그녀는 방문을 열었지만 문간에서 얼어붙었다.
그가 있었다.
그 남자야!
그가 엎드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큰 침대에 나체로 널브러져서. 그녀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매료되기도 해서 마룻바닥에 발이 붙어버린 것처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 그가 움직거렸다. 등 근육이 꿈틀거리고 눈꺼풀이 열리더니 초점이 없는 연초록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알레시아는 숨이 턱 막혔다. 저 남자가 자기를 깨웠다고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자세를 바꿔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편히 누워 다시 잠이 들었다. 그녀는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Shyqyr Zotit(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 집 복도에 서 있는 이 수줍은 존재는 누굴까? […] 기억 속의 어떤 이미지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점차 선명해지면서 침대 옆을 서성이는 푸른 옷의 천사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그게 이 여자였다고? 지금 그녀는 복도 바닥에 발이 붙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창백해진 천진한 얼굴로, 눈은 아래로 내리깔고서. 빗자루가 없으면 날아갈 듯이 빗자루를 움켜쥔 손에 점점 힘을 주는 바람에 손가락 관절은 갈수록 창백해졌다. 머리카락을 싸맨 수건은 지나치게 커 보였고, 구닥다리 나일론 작업복은 그녀의 작은 체구 위에서 흐물거렸다. 정말 뜬금없이 나타난 여자였다.
“누구?” 나는 다시 물었지만 그녀가 놀랠까봐 조금 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정신없이 달렸다. 인생 최고 속도로. 기록을 경신하며 러닝머신 위에서 8킬로미터를 달렸는데도 새 청소부와 나눈 대화가 여전히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등신. 등신. 등신.
몸을 숙여 양손을 무릎 위에 얹고 숨을 골랐다. 나는 지금 그 빌어먹을 청소부로부터 달아나는 중이다. 그녀의 커다란 갈색 눈망울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부르든 그녀는 청소부일 뿐인데.
아니. 나는 그녀에 대한 나의 반응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