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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9663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선생님이 죽었다
선생님과 도하
선생님과 시훈
틈새, 노닐다
유서
문
고유의 시간
노랑 접시꽃 정원사
책들의 무덤
시간선 옷
당신 눈에도 내가 보이나요?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들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고 사모님의 목소리를 견뎌야 했다. 그것이 아이들이 선생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위해 국화 꽃 한 송이 올릴 수 없었다. 향불 하나 피워 올릴 수 없었다. 그렇게 하는 건 사건이 끝났다는 것이고, 선생님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한상 선생님을 따랐던 주령 샘은 이것이 우리가 견뎌야 하는, 우리가 우리에게 내리는 형벌이라고 했다. 지난봄, 3학년 선배 시훈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지금 도하 자신은 어떤 사건의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일까. 이곳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고, 그 사건은 차곡차곡 쌓여 인생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것인가. 사람은 떠나도 사건의 흔적은 시간차를 두고 남고, 그것을 우리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일었다.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이 궁금증을 풀었을 텐데.
할아버지는 바람 속의 먼지가 되어 도하의 곁을 떠났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살다 간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것이 틈새, 노닐다에 부려져 있다. 그러니까 로벨리의 말처럼 ‘사건의 흔적’이 지금 여기 도하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도하는 카페 앞에서 주령 샘이 사모님을 태우고 댁으로 가는 걸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이 일로 인해 주령 샘도 학교에서 곤란한 처지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침묵하고 있는 최종 책임자인 교장 선생님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령 샘은 용기를 낸 것이다.
그래서 도하도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학교 보안관 아저씨의 해고를 막아 낸 ‘시간을 파는 상점’ 선배들처럼 말이다. 자신의 앞날을 모두 걸고 한 행동일 텐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지 생각할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인터뷰 자료에는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누구나 나설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또 선배들은 보안관 아저씨가 보여 준 헌신과 친절의 시간 때문에 움직일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