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있어줘

그대로 있어줘

- 옮긴이의 말

'너도 혼자 있길 원하고 있잖아. 이젠 말 안 해도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 넌 내가 원하는 걸 해주고는 내 곁을 떠나지. 날이 밝으면 사라지는 모기처럼 말이야. 넌 소파의 꽃무늬 커버 위에 앉아 내 눈에 띄지 않기만을 바라지. 넌 오로지 광기 어린 욕망 속에서만 빛날 뿐이야. 넥타이를 매고 있으니 넌 내가 곧 떠날 거라는 걸 알겠지. 그리고 내가 이미 모든 걸 역겨워하고 있다는 것도.

... 내가 가고 나면 넌 뭘 하지? 내가 너에게 남긴 것은 뭐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한밤중에 너를 맘대로 능욕했던 이 흐트러진 방과 불 꺼진 난로만 남는 걸까. 그러면 너의 눈먼 개가 다가올 테고 넌 다른 곳을 응시한 채 개의 털을 쓰다듬으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겠지. ... 하지만 다시 일어서면 넌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내 정액을 보게 될 거야. 그 기분이 어떨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알고 싶어. 나와의 시간이 혐오스러웠는지 아니면... 아니야, 어서 가서 씻어, 이 창녀야. 더러운 샤워 커튼 속으로 들어가 목욕 타월을 집어 들어 그 광기 어린 환영들을 어서 씻어내라고.'

- 본문 107~10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