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43016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6-11-15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그러니까 아버진 어떻게 나왔냐고?” 내가 물었다.
“만약에 말이다. 너희 집에 그 개같은 양반을 장장 네 시간 넘게 가둬뒀다면 넌 어쩔 것 같으냐? 경찰이 그 양반을 내쫓으면서 다신 오지 말라고 했다. 아버진 경찰서에서 절대 반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경찰들 입으로 그랬다.” 형은 나와 형수를 번갈아 봤다. “경찰들은 아버지가 성게 할망구들 한 트럭하고 자든지 말든지다.”
“그렇게 나온 거군. 됐네.”
주방 조리대에는 손만두 수백 개가 가득 담긴 빨간 플라스틱 양푼이 있었고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벌써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만두가 튀겨지고 있었다. 어머니표 군만두 냄새는 참으로 이 세상 게 아닌 것 같다. 조리대 위에 놓인 놋쇠 그릇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 당근, 양파, 깻잎 등의 채소 튀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수북하게 담긴 두부 튀김도 보이고 천하일색 살결을 자랑하는 생두부도 간장에 참깨에 참기름을 한쪽으로 똑똑 흘리며 누워 있었다. 아, 참기름. 한국 요리의 풍운아. 나는 참기름을 그냥 마실 수도 있다. 진짜 그러기도 했고. 이 초자연적인 기름이 담긴 병을 집어 들어 90도로 꺾어 풍미 가득한 경이로운 액체를 내 위 속으로 몇 숟가락 분량 쏟아 넣었다. 속 쓰림 따위 꺼져 버려라. 너의 천적을 맞이하라. 막걸리와 참기름이 나가신다.
상 위에는 각종 반찬들이 헤쳐모여 있었다. 김치, 깍두기, 백김치, 김, 시금치나물, 해초무침, 장조림 등등. 이쯤이면 누구든 내가 왜 식당에 발길을 끊었는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