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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2406528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6-01-13
책 소개
곽은영 시집, 『퀸 앤 킹』 출간!
너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나는 있지
미끄덩거리는 거울 속에 있는 나를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지?
거대한 몰락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 세계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 등단 이십 주년을 맞은 곽은영 시인의 신작 시집 『퀸 앤 킹』이 난다시편 여섯번째 권으로 출간된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검은 고양이 흰 개』 『불한당들의 모험』 『관목들』에 이은 그의 네번째 시집으로, 시 45편을 3부로 나누어 실었으며 시인 곽은영의 편지와 대표작 「불한당들의 모험 56(The Adventures of the Scoundrels 56)」을 소제(Soje)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등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 78편의 이야기로 출발한 「불한당들의 모험」 연작은 초반부·중반부·후반부로 나뉘어 전개되었고, 『퀸 앤 킹』은 그 후반부이자 연작의 마무리를 담고 있다. 쌓여가는 서사와 이어지는 시선을 통해 존재하는 ‘무엇’이 좋아서 이 여정을 시작한 그는 “운명의 항해키를 돌려 거침없이 험한 항로를 택한 것도 나의 손/매번 슬프기만 한 항로를 택한 것도 나의 손”(「불한당들의 모험 12」, 『불한당들의 모험』*이하 연작시는 번호만 표기)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 시집 『퀸 앤 킹』은 항해를 시작했던 초심자 ‘The Fool’이 ‘Queen과 King’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해면이 자라고 바람이 잠든 바다”에서 태어난 시인, “배를 폭풍우 치는 바다와 바람에 맡”겨야 하는 두려움 속에서 항해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 돛을 완전히 걷어 올렸다.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데 거대한 서사는 써진다. 야릇한 일이지. 그대는 이 도시에서 묘지부터 판다.”(「사건과 지평선」)
죽음은 주어진 절대적 선물
사랑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묻는 날카로운 거울
“운명의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는 광대”에게 묻는다. 저기 슬프게 쓰러져 있는 사내는 “바보였는가 광인이었는가”, 그리고 “멀쩡한 것들이 시름시름” 앓고 “불쌍한 사랑이 오물처럼 범람”할 세상(「성스러운 왕관」), 천년을 지어도 불완전한 도시에서 “서로에게 결핍을 연결하고 더 깊이 칼을 꽂으며 맹렬하게 타”오르라고(「사건과 지평선」) 말한다. 그 세계에서는 가슴은 냉랭하나 “낭만적 결론은 재가 되”고 “겨울비는 뜨거운 여름을 끌어”온다. 그렇게 다시 출발한 세상에서 마주한 것들. 딱 한 번 마주친 눈길에서 서로를 읽을 수 있다고 오판했으나 “정확한 오판”(「애도의 방법」)이었고 “어차피 거절과 결핍은 생의 기본값”(「63」)이기에 “그렇게 구멍이 나 있어도 나는 네가 좋”다는 것. “사랑에 빠진 이들은 이 사랑이 특별한 것임을 믿는다/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그때 왜 그랬을까 묻는다”(「사랑은 모두 제각각이고」)고, “너를 몰랐기 때문에/나를 몰랐기 때문에/용기가 있었기 때문에/아픔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그러나 가장 행복할 때 끝났기 때문에/여전히 아름답기 때문에”(「첫사랑」) “그립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립다는 말 한마디가 저 그림자에 묶였다”는 진술 뒤에는 “침묵의 기원을 배우게” 했고 “붙잡는 대신 스스로 떠오를 수 있게 했던/사랑의 농도”(「그림자」)가 담겨 있다. 그래서 마침내 “온통 사랑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사내”에게 말한다. “뒤를 돌아봐야만 해/노래를 멈추지 마”(「72」). “사랑이 때때로 떠남을 허락한다는 것을 이해했”(「74」)기에 “넝쿨이 또르르 매달”린 창가에서 아직 오지 않은 “신성한 시간”을 기다리며 “기다려줘요/곧 만나러 갈게요”(「청포도」)라는 인사를 남기며.
이것은 너를 애도하는 노래이며 나를 희롱하는 노래
“늙은 한숨 속에서 너의 일기를 대신” 적으며「불한당들의 모험」과는 다른 세계선을 지닌 시의 모음이자 또다른 연작, ‘3부 굳이 불러야 한다면 애별리고’가 시작된다. “너는 구결 하나 남기지 않았”고 “너와 나의 피가 담긴 마지막 해독은 너의 묘비에 뿌렸”다. “종사의 길”을 갔던 ‘너’의 마지막을 배웅한 뒤 “바람의 수런거림을 들으며”(「애도의 방법」)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생을 마칠 때까지 악행만 해야 하는 “악인의 사명”(「악인의 사명」)을 흘려보내고, “마지막 글자가 사라지기 전에” (「심마동」) 최후로 자신을 말하고 영원히 침묵해버린 사람들을 지나친다. 무너져내림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말하는 소년을 만나 “몹시 차가운 것이 가장 뜨거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치”(「새출발」) 안에서, “폐허에 동화되는 새소리 그리고 공간 속으로 스며드는 풀의 흔들림”(「삼 년 후 진설」)을 느끼며 시인의 “더할 나위 없는 겨울”이 펼쳐진다.
시집을 마무리하자 얼음 바다를 깨고 솟아오른 “유령선 한 척”(「곽은영의 편지」). 시인에게 다가온 이 유령선은 “밤의 사막 짙은 얼음 바다 검은 숲 잠든 도시 어디든 거리낌없이 전진했으며 공중으로 떠올라 밤하늘을 유유히 가로질렀”다. 유령선이자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던 풍경. 시인은 그 여정이 다른 이들에게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리라 생각하고 기원한다. 1, 2부와 3부는 끝과 시작이 비슷한 속도로 함께 가지만 교차하지 않으며, 두 세계선을 따르다보면 독특하면서도 상당한 감정의 충돌이 존재한다. “두 권의 시집 같기도, 이란성 쌍생아 같기도” 한 시집,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두 세계의 근본적 운동은 서로 비슷”한 곳을 향해 나아간다.
언제 떠날지 불안함을 남긴 채 초라하게 지금을 뽐내고
머지않아 고독하게 죽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야기니까
그것이 이야기니까
_「불한당들의 모험 56」
• 난다시편을 시작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1.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001 김혜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002 황유원 시집 일요일의 예술가
003 전욱진 시집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
004 박유빈 시집 성질머리하고는
005 정일근 시집 시 한 편 읽을 시간
006 곽은영 시집 퀸 앤 킹
007 채길우 시집 아버지를 업고(근간)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유머는 굴러가는데 서사는 비극의 구렁으로
성스러운 왕관 010
사건과 지평선 012
불한당들의 모험 51 016
푸른 점 018
속삭임 019
조커 020
불한당들의 모험 55 022
불한당들의 모험 56 023
불한당들의 모험 57 026
카르마 027
소금 028
피의 꽃 030
천칭자리 032
통찰 034
불한당들의 모험 63 035
불한당들의 모험 64 036
바람의 신전 038
2부 한 개의 막대기를 들어 시작한 이야기
허니문 040
사랑은 모두 제각각이고 042
불한당들의 모험 68 044
첫사랑 045
불한당들의 모험 70 046
불한당들의 모험 71 048
불한당들의 모험 72 050
그림자 052
불한당들의 모험 74 054
poetic justice 055
수레바퀴 058
거울의 노래 072
청포도 074
3부 굳이 불러야 한다면 애별리고
애도의 방법 076
독 080
얼음안개 082
가르침 084
애별리고 086
벗 088
국숫집 090
마의 진지함 093
악인의 사명 094
천남성 096
심마동 098
삼 년 후 진설 100
종장의 주인 102
알아가기 104
새출발 106
곽은영의 편지 109
The Adventures of the Scoundrels 56-Translated by Soje 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머는 굴러가는데 서사는 비극의 구렁으로 간다 쇠똥구리가 똥을 키우며 가다가 빠져나올 길 없는 고랑에 떨어지듯
횡단 열차를 잘못 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무지의 중심에는 기계 도시가 움직이고 있다 가축의 주인과 가축과 자동차와 열차가 같이 달린다 금실의 모자와 태엽을 드러낸 시계가 공중에 떠 있는데
말 걸려는 추억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은 있다 무심함과 유정함이 치마를 정리하며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끊어냈어야 했다 더 빠르게 빨리 멀어져야 했다 향기에 취해 통에 빠져 익사해가는 벌레가 된 다음에야
_「불한당들의 모험 51」부분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보다
그립다는 말
스치고 얽히고 끊어지고 지구는 달려가고
그립다는 말 한마디가 저 그림자에 묶였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
하루종일 해가 떠 있는 여름
해는 항상 북쪽 길을 지나갔다
괜찮은 줄 알았으나 확실하고 깊게 베였다
_「그림자」부분
불안은 검은 안개처럼 내려앉아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나는 정든 이들이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부터 했다.
아가. 이제부터 나의 딸이 되어라.
내가 미아의 딸이 되자 미아의 어린 시절이 되풀이되었다.
고독은 세대를 걸쳐온 파도였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나는 약하고 습득이 늦었다.
그것이 도나와 도나의 자식이 휘두른 매질의 이유였다.
_「수레바퀴」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