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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58348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스냅사진 _9
슬라이드 상영 _71
전진하라 자손들이여… _149
정자亭子 _269
옮긴이의 말 | 탐색되지 않은 세계를 향해 열린 창 _285
리뷰
책속에서
아무렴, 벼룩 한 마리가 흑사병이나 티푸스를 퍼뜨리고말고.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재채기 한 번으로 산사태가 날 수도 있지. 복권 한 장이 사랑을 파괴하고, 말 한마디가 무사태평한 기쁨과 신뢰를 단번에 사라지게 하고, 한순간의 부주의가 파리채로 파리 잡듯 한 생명을 끝장낼 수도 있지.
마리가 보기에 이런 부랑자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부류는 여자 걸인이다. 훨씬 드물게 마주치는 이 여자들에게 마리는 매혹되는 동시에 겁을 먹는다. 그들은 절대적인 위반을 구현한다. 남자들에게는 가장 고상한 직업부터 가장 고된 노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허락되고, 성스러운 삶이나 방탕한 삶, 모험 가득한 여행도 허락된다. 서로 치고받아도 되고, 땅에 침을 뱉거나 담배를 피워도 되고, 보란듯이 서서 오줌을 싸도 되고, 교회의 복사가 될 수도 있다. 당구나 축구는 물론, 여자들에게는 금지된 수많은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반면 여자들에게는 어른이든 아이든 훨씬 적은 자유와 가능성이 주어진다. 그들은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몸가짐이나 말씨에 끊임없이 신경써야 하고, 사소한 일에도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도록 주의를 받는다. 그렇다면 헝클어진 머리에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여자들, 스타킹도 신지 않고 때로는 팬티조차 입지 않은 이 여자들은 대체 누군가?
어쨌거나 세상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행운인지 모른다. 너무 눈에 띄지도,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홀가분히 지낼 수 있다면, 그래서 환멸과 상처에도 덜 노출된다면.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제 갈 길을 갈 수 있겠지. 단조롭긴 해도 평화로운 길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