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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696593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3-12-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007
지옥의 레이싱 _011
세이프티로더 _023
불청객들 _035
그린 마일 _049
가지 않은 길 _061
안전 개러지 _077
깊은 숲속 방화 금고 _089
심증 _107
윈디 _117
불사조 _129
노트북 _138
유영hada _149
토미카 _162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 _170
용의자 _185
눈먼 목격자 _196
사라진 단어 _212
제발 죽지 마세요 _220
차 덕후의 컬렉션 _238
볼모 _255
사라지다 _264
억새밭 _277
거래 _294
이기는 법 _306
마지막 시드 문구 _317
에필로그 _329
작가의 말 _34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회장은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이십오 년 전 벌어진 사고를 떠올렸다. 전날 밤 쏟아진 폭설이 볕에 녹았다가, 해가 기울며 몰려온 한파로 투명하게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검은 아스팔트가 비칠 만큼 얇아서 ‘검은 얼음’이라고 불리는 블랙 아이스를 밟고 김회장이 운전하던 차가 미끄러졌다. 살얼음의 속임수에 보기 좋게 넘어간 거였다. 앞서가던 활어 수송차의 후미를 들이받을 때 트럭의 대형 수조에 적힌 문구가 김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활어가 타고 있습니다. 위급 시 활어 먼저 구해주세요.
그 문장들은 날생선처럼 김회장의 가슴에서 퍼덕거렸다. 비루하고 신성했다. 아니 비루해서 신성했다.
(……)
김회장은 그 사고 이후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했고, 목표가 정해지면 무조건 직진했다. 그 시절 건설 사업에 뛰어드는 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업들이 속수무책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블랙 아이스를 밟은 김회장은 마치 구도에 오른 사람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유한은 똑똑히 보았다. 성달산터널을 빠져나온 순간 새빨간 너울이 거대한 불새처럼 활공하며 고가 위에서부터 아벤 앞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유한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짓이기며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끼이익 하는 새된 소리가 노면에서부터 허공으로 뿜어져나왔다. 묵직한 이물감이 차체 위를 스쳤다. 핸들이 좌우로 거칠게 떨렸다. 270을 찍었던 속도계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가공할 만한 제동력으로 아벤이 멈추기 직전, 앞 범퍼 왼쪽이 중앙분리대를 날카롭게 긁었다.
아벤은 1차로에 완전히 멈춰 섰다. 유한의 심장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뒤따르던 맥라렌과 페라리가 앞서가던 황소의 광란을 목격하고 급하게 감속하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떨리는 목소리에 결기가 담겨 있었다.
“김유한, 무슨 일이야?”
“돌아가.”
“어딜?”
“집으로. 오늘 레이싱은 취소야”
문득 준희의 시선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차량의 우측 앞바퀴를 덮는 펜더가 찌그러져 있었다. 완만한 굴곡이어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차체 높이가 겨우 10센티미터 남짓인 전면 하단부에는 미세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준희는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어 오염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타이어를 살펴보다가 왼쪽 앞바퀴 내측에서 붉은 섬유 올 흔적을 발견했다.
부딪힌 것이 벽뿐만이 아니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를 보내겠다고 전화한 김회장은 유한이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 실수에 이 상황도 포함되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