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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55479157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4-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스케이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로비 안을 가득 채웠다.
“저는 이곳의 호스트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구할 영웅으로 선택되셨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뉴스 진행자들처럼 매끈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남자였다. 로비의 벽은 어느새 360도 화면으로 변해, 각 면에서 호스트의 얼굴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짧게 친 검은 머리에는 군데군데 서리가 내려 있고,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얼굴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여러분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비록 우리는 실패했지만 여러분은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에 종말이라도 찾아온 듯한 말투였지만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와 견딜 수 없었다. 탈출 게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이 도서관에 처음 온 데다 어디서도 책을 저렇게 많이 빌린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카드를 꺼내 옷소매로 바코드를 문질러 보았다. 얼룩이 묻어서 단말기가 엉뚱한 메시지를 내놓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 스크린 아래에 카드를 올려놓고, 레이저 빔이 바코드 위를 지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기계는 여전히 내가 1억2천9백만 권의 책을 빌려 간 데다 그 모든 책의 대여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만지지 마! 저 빨간 가루는 시나바야.”
아쥬아가 소리쳤다.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뭐? 이건 딱 봐도 엄청 비싼 보물이야. 시나몬 가루가 좀 묻어 있어도 상관없다고.”
오스카가 눈을 부릅뜨며 아쥬아를 쏘아보았다.
“누가 시나몬이래? 시나바라고. ‘용의 피’라는 뜻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광물이지. 만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