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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5827125
· 쪽수 : 240쪽
책 소개
책속에서
우리나라에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을까. 내 기억엔 전혀 없다. 다만 런던의 이름이 전에도 런던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는 꽤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기가 지속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습이 일어나자 모두가 혼비백산했던 기억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땅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한 문서나 언급은 전혀 없다.
1984년인 지금(정말로 지금이 1984년이라면)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와 전쟁 중이고, 동아시아와는 동맹 관계다. 공식 성명 상으로는 세 나라가 다른 관계에있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4년 전에 사실은 유라시아가 동아시아와 전쟁했고, 유라시아와는 동맹 간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는 미래를 통제하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는 과거를 통제한다.” 이게 바로 당의 슬로건이다. (중략) 현재의 적은 절대적 악이며, 따라서 이 악과 타협하는 것은 미래에도 과거에도 있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끔찍한 것은 어떤 것도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 당이 과거에 손을 집어넣어 “이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 하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고문이나 죽음보다 훨씬 소름 끼치는 일이다. (중략) 빅 브라더에 대해 처음 들은 시기가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 60년대일 텐데 확실하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당은 오직 자신을 위해 권력을 추구할 뿐이야. 순수한 권력 말이야. 인민의 이익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 자, 이제 이해가 되나?
-개인은 중요하지 않아. 공산주의자들과 나치들은 비겁하게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지. 그들은 인민의 행복을 위한다고 주장했어. 자신들의 권력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우리는 알고 있어. 권력을 장악한 후에 그걸 포기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할 수 있겠나?
-그에게 고통을 줌으로써요.
-맞았어. 그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확인할 수 있지. 복종으로는 충분치 않아. 고통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인간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권력자의 의지에 복종하는지 알 수 있느냔 말이야. 미래의 모습이 보고 싶나? 그것은 사람 얼굴이 군화 발에 짓밟히는 모습이야. 영원히 짓밟히는 모습이지. 그래, 영원히 말이야. 이 세상에는 항상 짓밟히는 얼굴이 존재할 거야. 이단과 사회의 적도 항상 있을 거고. 염탐, 체포, 고문, 처형. 이 모든 것은 영원히 멈추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