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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중남미여행 > 중남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605623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3-01-09
책 소개
목차
콜롬비아
- 고양이 구하기 대작전
- 이 저녁 속에 당신을 풀어놓으세요
- 비바 대니얼, 비바 콜롬비아!
- 따뜻함이 식을 새가 없다
- 콜롬비아, 그 폭력의 뿌리
- 최고의 바리스타가 건네준 에스프레소
- 우리는 모두 착하고 평화로운 존재들
에콰도르
- 오, 에콰도르! 완전 맘에 들어
- 장터의 아이들이 던진 질문
- Global Care Chain,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 종탑에서 맹세한 사랑
- 헤매는 것조차도 여정의 일부
- 극적으로 들어가 극적으로 나오다
- 굿바이 에일린,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
- 비를 맞으며 바람 길을 걷다
- JB, 선생님이 되다
- 우노, 도스, 트레스, 그것만으로 충분한 시작
- 갈라파고스보다 아름다운 눈망울들
칠레
- 엄마가 나를 사막에 버린다고요?
다시, 볼리비아
-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깨우치는 곳
- 사막의 부엌 여신, 크리스티나
- 진흙 자국 같은, 인연의 따뜻한 흔적들
- 어머니 지구의 눈물을 만나다
- 천국의 밤, 지옥의 밤
칠레
- 그래서 떠남이 소중해진다
# 아디오스, 순수!
# 에필로그
#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곳에서 ‘행복하다’는 특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아닙니다. 바로 눈앞에서 행동으로 펼쳐지는 동사입니다. 사람들은 마냥 ‘행복하고’ 있지요. 제가 꿈꾸는 조촐한 행복이란, 아마도 이 풍경에 가장 근접한 무엇인 것 같습니다. 내일이나 내년을 근심하며 두 배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딱 오늘 하루 치의 일만 충실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돌아와 사랑하는 이들과 밥을 짓고 손을 잡고 별 아래를 걷는 …… 그것 말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람이, 한 번 보고 말 사람이, 문을 열어준다. 앉게 해주고 안아준다. 팔을 벌리고 쉬게 해준다. 손을 잡아주고 잠들게 해준다. 내가 받은 체온이 다시 다른 이에게로 옮아간다. 따뜻함이 식을 새가 없다.”
“경험에 의하면, 그 어떤 공간도 두 시간만 차분히 있으면 견딜 만해진다. 아프리카의 흙먼지 속에서, 영하 20도의 사막에서, 찜통 같은 열대의 만원 버스에 버티고 서서, 내가 발견한 공간 인내의 법칙이다. 제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라도 두 시간만 그 장소에 기회를 주면, 있는 그대로의 ‘살게끔’ 만들어진 주변이 보인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도 그 안에서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된다.”
“콜롬비아에서 비 온 뒤 차를 타고 달리면, 정말 ‘떠남’이 ‘옳은 일’임을 실감하게 된다. 산 위에 낮게 깔린 구름 아래, 나는 초록색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뛰어든 듯 전신에 꼭 들어맞는 촉촉한 싱그러움을 느끼게 된다. 싱그러움은 강력한 각성제처럼 온몸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면 갑자기, 스스로 생기와 긍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되고, 그 순간 그 길 위에 존재하는 것도 옳은 일이 되어버린다. 삶의 많았던 우회들, 작은 성취나 작은 방황들, 만남과 이별들, 그 모든 것이 그 순간 나를 그 길에 있게 하기 위해 준비물처럼 존재했던, 의심할 여지없이 옳은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을 열렬히 긍정할 수 있는 그런 뜨거운 순간은 살면서 자주 오지 않는다.”
“무릇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란 그렇지 않던가. 한 순간, 혹은 한 시절, 내게 결핍된 영양소, 생존이 갈망하는 요소를 당신이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아낌없이 퍼주었기 때문에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호숫가에 도착한 그 시각, 새 아침이 태양이 라구나 콜로라다에 아낌없이 빛을 베풀고 있어서 나는 빛나는 호수와 사랑에 빠졌다.”
“돈을 들인 선물은 매번 마음을 덥히지 못하지만, 마음을 들인 선물은 예외 없이 마음을 덥히는 법. 풍요로운 삶이란, 결국 금으로 가득한 금고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진흙 자국 같은, 인연의 따뜻한 흔적들로 가득한 앨범을 하나 지니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 앨범을 펼칠 때마다 행복해지는 삶일 것이다.”
“어른들의 울음 끝이 길어질 때는 결국 사는 게 퍽퍽해서다. 그리고 퍽퍽함 가운데 놓인 자신이 딱해서다. 그러므로 남은 눈물이 있다면 다 흘려버리는 게 좋다. 자신을 충분히 위무해주고 나면 다시 일어설 힘이 날 터이므로.”
“이 가족은 매우 특별한 가족이다. 집을 떠나서야 만날 수 있는 가족. 진하게 만나고 곧 헤어져버리는 가족. 그런데 이 가족들은 지구 어디에서나 서로 다른 인종의 얼굴을 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숱하게 만날 수가 있다. 그래서 한 번의 떠남이 소중해지고, 한 명의 사람이 소중하고, 한 번의 만남이 소중해진다. 떠남을 계속하는 것이 소중해진다.”
“세 달 간의 거친 여행으로 담금질된 순수와 담백의 흰 옷을 입은 채, 나는 망설인다. 핸드폰 충전기를 찾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순간을 맞아, ‘가진 게 너무 많은’ 옷장 앞에서 순수와 담백의 흰 옷을 대신할 옷을 골라내지 못 하여 한숨을 쉰다. 그 더럽거나 깨끗했던 화장실과, 맛있거나 맛없었던 음식들과, 비좁거나 널찍했던 방들. 그 안팎에서 무조건적으로 포옹하고 입 맞췄던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단언하건대 내가 지닌 것이 가방 하나뿐이어서 나는 그렇게나 많이 끌어안고 입 맞출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