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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4050833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아농과 통 / 라오스
바바라와 던 / 우간다
누르와 달랄 / 시리아
뚜미와 흰 얼굴 / 아마존
타이손과 재인 / 필리핀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도저히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것들 앞에서. 내가 지닌 것 중 특별한 거라곤 하나도 없어서 내 힘으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은 가질 수 있다. 마음속에 간절함은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간절함이 세상의 나머지 모든 것들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바바라….”
이상한 일이었다. 던이 그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갑자기 바바라의 눈에서 왈칵 뜨거운 것이 솟았다. 그러고 보니 수잔이 아프기 시작한 뒤로 던은 한 번도 바바라의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었다. 바바라의 이름은 ‘멍청한 것’이거나 ‘쓸모없는 것’이거나 ‘한심한 것’이었다. 던이 다시 한번 바바라의 이름을 불렀다.
“바바라…. 미안하다. 그동안 네게 못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바바라의 눈에 고인 뜨거운 눈물이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밤마다 조금씩 가슴 속에 차올랐던 뜨거운 물이 ‘미안하다’는 말을 만나, 마구 눈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가득 담아만 두었기 때문인지, 뜨거운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소녀들은 찰싹 붙어 앉은 채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그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 자꾸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이제부터는 즐거운 일들만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둘이서 머리를 맞댔다. 누르가 조그맣게 말했다.
“최고의 밤이야.”
달랄의 히잡이 끄덕끄덕했다.
축제의 불꽃이 밤하늘에서 해바라기처럼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