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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6254500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1 평안도 백성에게는 염라대왕이 둘
2 만인계의 세상
3 서북에 불이 붙다
4 조선의 예루살렘
5 서북의 학교들
6 신작로,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사람들
7 여우난골족의 세계
8 도시, 꿈을 깨다
9 대동강의 평양
10 평양의 균열과 타락
11 평양=기생
12 칠성문 밖의 평양
13 강계 숙모 만나기
14 압록강을 건너는 여러 가지 방법
15 압록강 국경 1,000리
16 을밀대 체공녀
17 평양 배화 폭동, 진실로 무서운 밤
18 평안도 말과 평양 날파람
19 평양 서문거리 녹성당 약국
20 조선 자연은 왜 이다지 슬퍼 보일까
21 모멸, 그들의 평양
22 한 서국주의자의 평양
23 성천, 눈 내린 밤의 풍경
24 평양의 단층, 혹은 내면
25 국경에서 바라본 하늘
26 만포진 길손과 보천보 뗏목꾼
27 압록강, 아득한 녯날에 내가 두고 떠난
28 해방, 염상섭과 함석헌의 신의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태준은 1930년대 중반에 쓴 장편 『성모』에서 지금으로선 꽤 낯선 교실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철진이가 엄마에게 자기네 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예 지리부도까지 펴놓고 침을 튀기는 것이었다.
“엄마? 우리 반에 글쎄 여기 이 제주도서 온 아이두 있구 또 나허구 같이 앉었는 아인 함경북도 온성서 온 아이야. 뭐 경상남도 진주, 마산, 부산서도 오구 평안북도 신의주, 그리구 저 강계서 온 아이두 있는데 걘 글쎄 자동차루, 이틀이나 나와서 차를 탄대…. 퍽 멀지, 엄마?”
지도를 거침없이 짚어가는 그 손가락이 퍽 부러울 뿐이다.
도쿄—엄밀한 의미에서는 ‘동경’이라는 기표—는 싫든 좋든 우리 근대 문학의 자궁 같은 곳이었다. 사실 우리의 근대는 수신사를 파견하던 시절 이후 도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근대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거의 대부분의 주요 작가들 역시 도쿄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다. 가령 최남선이 처음 가서 보고 기겁한 도쿄는 서울에서 말 그대로 대롱으로만 보던 것하고는 전혀 딴판 세상이었다. … 아직 학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이광수 역시 『소년』과 그에 이은 『청춘』의 주요 필진이었다. 두 사람은 도쿄에서 처음 맺은 인연을 한 40년 좋이 이어간다. 그 인연의 절정 또한 도쿄를 빼고 말할 수 없다. 1944년 그들이 새삼 도쿄까지 건너가 나눈 대담의 기록이 실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조선을 대표하는 두 지성인은 도쿄에서 공부하는 조선의 청년 학도들을 향해 “조선이란 점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벗어나 “대동아의 중심이자 중심인물이 된다는 기백”을 지닐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같은 지면에서 그들은 처음 도쿄에 와 문학에 눈을 뜨던 시절부터 새삼 회상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몇십 년을 ‘국어(일본어)’로 글을 써오긴 했으나 ‘외국인’으로서 흉내 내기가 가능할지 근본적으로 의문이라는 속내 또한 솔직히 드러낸다.
우리에게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1897)로 잘 알려진 영국의 여행기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1895년 11월의 일이었다. 청일전쟁이 끝난 그해 초겨울로, 일본인 자객들이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시해한 바로 다음 달이었다.
비숍은 조선이 희망 없고 무기력하고 한심스럽고 애처로운 존재라고 말했다. 어떤 큰 힘에 이리저리 튕겨 다니는 배드민턴 셔틀콕 같은 사람들의 나라로 여겼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도 평양의 첫인상만큼은 대단했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